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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974부대 움직이면, 일주일 뒤 김정은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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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도착하자 북한 경호 책임자가 차문을 열어주고 있다. 통상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담당했던 일이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호 책임자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신원철 974부대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도착하자 북한 경호 책임자가 차문을 열어주고 있다. 통상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담당했던 일이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경호 책임자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신원철 974부대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곳에 도착하자 검정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뛰어가 김 위원장의 차량 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사내가 차량의 문을 열 때까지 잠시 차 안에 머물렀다. 통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나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하던 역할이었다.

싱가포르 때도 경호팀 먼저 이동 #974부대 근접경호, 963은 외곽 #“안전 200% 확신 들 때까지 확인” #정상 합의문 조율도 시간 필요

당국은 그를 김 위원장의 근접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신원철 974부대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북한 또는 판문점에서는 신변안전 위협이 덜하기 때문에 의전 담당자들이 차량의 문을 연다”며 “반면 싱가포르에선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이 주변 경호를 삼엄하게 했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경호 책임자가 직접 그림자 수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낯선 곳에선 경호책임자가 직접 움직인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경호는 963부대가 외곽을, 974부대가 근접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경호 측면에서 보면 김 위원장의 답방이 결정될 경우 북한의 974부대가 가장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경호팀도 선발대 형식으로 먼저 간 전례가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이나 싱가포르를 찾을 경우에도 북한 경호팀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에서 전격적으로 답방을 결정해도 북한은 974부대 등의 사전 답사를 요구할 게 거의 분명하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때문에 북한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공식 확정해도 답방까지는 최소 약 일주일 가량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한 당국자는 “이전에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는데 약 두 달이 걸렸다”며 “이번엔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한 만큼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답방 회담의 경우 준비하는 데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은 이전 두 차례(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진행했던 전례가 있어 정부는 당시의 경험을 기반으로 회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앞서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내일 정상회담을 하자”고 합의한 뒤 하루 만에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초스피드 회담’도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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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위원장이 남으로 내려오는 답방 정상회담은 평양, 판문점 정상회담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974부대 등 북측 경호 전문팀이 사전에 답사를 통해 안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데다 남북 경호팀이 호흡을 맞추는 절차도 필요하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한인 데다, 일부 보수단체의 시위가 예상되는 만큼 북한 경호팀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전 점검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김 위원장을 의미하는 ‘최고존엄’의 안전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며 “김 위원장이 참모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방한하겠다고 결심한다 해도 경호를 담당하는 북측 책임자들은 200%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확인하려 할테니남북이 공동으로 안전을 점검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입장에선 김 위원장이 방한할 경우 뭔가 ‘최고존엄’의 첫 한국 방문에 걸맞은 엄청난 ‘사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방한을 역사적 사건으로 여길 것”이라며 “남북이 사전에 물밑 접촉을 하겠지만 공동보도문의 문안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각종 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청와대 인근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대형 그림이 설치됐다. 정용수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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