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기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눈물 흘리는 일이 잦다. 그래도 맘만 먹으면 쉽게 멈출 수 있었다. 이번엔 그게 잘 안됐다. 뭐가 그리 서럽다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부끄러운 마음에, 혹시 옆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다를 게 없다. 다들 눈물바다다. 마음 한쪽이 좀 느긋해졌다. 대놓고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650만을 넘어 700만 관객으로 가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다가 생긴 일이다. 중간중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다 눈물샘의 둑이 주체할 수 없이 무너진 건 영화 후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서다. 범인은 바로 이 노래,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다.
‘난 오랫동안 내 책임을 다했어/감방에 다녀왔지만/난 죄를 짓지 않았어/그저 몇 가지 실수를 좀 했을 뿐이지/나는 내 몫의 치욕을 당해야 했지만/이렇게 버텼어/친구야, 우리는 챔피언이잖아/우리는 끝까지 싸울 거잖아(…)’.
스포츠 기자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노래일 것이다. 이 곡을 대놓고 응원가로 쓰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승리하거나 우승한 쪽에선 어김없이 이 곡을 튼다. 1977년 발매된 그룹 퀸의 싱글앨범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에 수록된 곡이다. 당시 한 콘서트에서 팬들이 퀸을 향해 ‘유 윌 네버 워크 얼론(You’ll never walk alone)’을 이른바 ‘떼창’으로 불렀다. 이를 계기로 퀸이 팬과 함께할 수 있는 곡으로 만든 게 ‘쿵쿵따-’ 발을 구르며 부르는 ‘위 윌 록 유’와 이 곡이다. 사실 가사 중 ‘챔피언’을 빼면 스포츠와 직접 관련한 노래는 아니다. 그래도 이 곡이 잉글랜드 축구팀 ‘리버풀’의 응원가인 ‘유 윌 네버 워크 얼론’에 대한 답가로 만들어졌고, 1994년 미국 월드컵의 공식 테마곡으로 사용됐으니, 스포츠와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2018년 올해도 ‘위 아 더 챔피언’을 셀 수 없이 들었다. 특히 올해는 스포츠 기자들에게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목의 해였다. 평창 겨울올림픽(2월 9~25일), 러시아 월드컵(6월 14일~7월 15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월 18일~9월 2일)을 취재하면서, 듣고 또 들었다. 봄배구와 봄농구, 가을야구가 끝난 뒤에도 빠짐없이 들었다. 그렇게 듣고 또 듣다 보니 2018년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올 한 해 ‘책임을 다했고’ ‘몇 가지 실수는 했지만 큰 잘못은 없었어도’ ‘ 치욕을 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렇게 버텼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위 아 더 챔피언, 마이 프렌드’.
장혜수 스포츠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