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TX열차 타야하나 말아야 하나”… 불안한 열차 이용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앞으로 KTX를 어떻게 믿고 탑니까. 속도가 그렇게 빠른데 또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요….”

승객들 "불안감에 시외버스 차편도 알아봤다" 호소해 #서울역 KTX-포크레인 충돌 등 3주간 사고 10건 발생 #지난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발생한 열차사고 661건

KTX 탈선사고 이틀째인 9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역. 40~50명의 승객이 대합실에서 추위를 피해 대체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감온도가 영하 13도를 밑돌아 승객들은 밖으로 나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버스와 열차시간을 확인한 승객들은 코레일 직원의 안내에 따라 총총걸음으로 평창 진부역으로 가는 버스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빠듯하게 도착한 승객들은 서둘러 뛰어가기도 했다.

이틀 전 강릉으로 여행 온 이금희(69·서울)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할까 아침까지 고민했다”며 “어쩔 수 없어 타겠지만, 앞으로 KTX를 타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한 모습. 최종권 기자

지난 8일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한 모습. 최종권 기자

KTX 강릉선 열차 탈선사고 이후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형철(25·충남 예산군)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시외버스를 알아보기도 했다”며 “결국 시간 때문에 열차를 타기로 결정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고 털어놨다.

열차시간 문제로 불편은 겪는 승객들도 적지 않았다. 지난 8일 오후 강릉역에서 만난 이모(52·서울)씨는 “셔틀버스를 제시간에 탈 수 없거나 뒷순위로 밀릴까 걱정돼 열차 예정시간보다 1시간30분 일찍 나왔다”며 “원래는 여유 있게 출발하려고 했는데 밥도 못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열차를 타고 왔다는 60대 부부는 “진부역에서 셔틀버스 타고 오는 바람에 도착 시각이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발생한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 탈선사고 이틀째인 9일 오전 강릉역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8일 발생한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 탈선사고 이틀째인 9일 오전 강릉역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박진호 기자

코레일은 강릉역~진부역 구간에 셔틀버스 45대를 투입, 승객을 이송하고 있다. 강릉역 관계자는 “강릉역까지 승차권을 구매한 고객이 진부역에서 셔틀버스로 강릉역으로 이동하면 버스비는 무료”라며 “이들에게는 KTX 이용요금의 50%를 지연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는 대형 기중기를 이용한 선로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중기로 객차를 들어 올린 뒤 선로 파손 등을 확인했다. 복구작업에는 400여 명의 인력과 기중기 4대, 포크레인 8대 등의 장비가 투입됐다.

현장 관계자는 “선로 일부가 파손되거나 뒤틀린 상태라 객차를 한량씩 들어 올린 상태에서 선로를 새로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파손된 선로가 복구되면 새 선로에 객차를 올려 빼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 탈선 이후 강릉역 이용객들이 받은 문자. 박진호 기자

지난 8일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 탈선 이후 강릉역 이용객들이 받은 문자. 박진호 기자

코레일은 10일 오전 2시까지 복구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KTX가 객차와 객차 사이를 관절형으로 이어놓은 구조라 선로 위로 옮기는 작업에는 애초 계획보다 시간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10일 오전 5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하는 첫차를 운행하는 게 코레일의 목표다.

지난 8일 사고 직후 승객들은 “승무원의 안내나 도움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신 열차에 타고 있던 군인들이 승객의 대피를 도왔다고 한다. 사고 열차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걷기 힘들 정도로 열차가 기울었는데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했다”며 “탈출한 뒤에도 50분 넘게 추위에 떨었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사고 당시 안내방송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육성으로 대피를 안내했고 승객 구호를 최우선으로 사고를 수습했다”고 해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을 찾아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 둘째)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을 찾아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 둘째)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서울역 KTX 열차-포크레인 충돌사고를 비롯해 최근 3주간 10건의 철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 5년 7개월간에는 661건의 철도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KTX 관련 사고는 109건에 달했다.

강릉=박진호·최종권, 대전=신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