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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봉이 김선달이냐?" 기상예보 사업 꺼내자 들은 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34)

'날씨 읽어주는 CEO'의 저자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

'날씨 읽어주는 CEO'의 저자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

민간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김동식 사장이 쓴 ‘날씨 읽어주는 CEO’라는 책에 이런 재미있는 창업 일화가 소개돼 있다. 지금부터 21년 전인 1997년 27세였던 그가 “예보사업을 통해 날씨 정보를 팔아 돈을 벌겠다”고 나서자 친구나 지인들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네가 무슨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냐?”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런 사기성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템이라고 내놓느냐”

미국 MIT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던 그가 교수나 연구자의 길을 버리고 뜬금없이 한국에 돌아와 민간기상예보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위에서 그럴 만도 했다. 당시만 해도 “날씨 정보는 공짜이고 국가기관인 기상청이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란 고정 관념이 워낙 강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기상산업’이란 전문 업종이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산업 생태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상예보만 하더라도 요즘은 민간업체들이 기상청에서 하지 못하는 질 좋은 맞춤형 정보를 많이 만들어 대개 돈을 받고 판다. 공공기관인 기상청은 돈을 받고 맞춤형 기상 정보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수요를 민간에서 커버할 수밖에 없다.

민간기상업체들은 국내의 동네 예보나 세계 각지 예보, 기업이나 기관에 특화한 예보 등으로 예보의 범위나 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또 기상청에서 넘겨받은 봄철 개화 예보, 가을철 단풍 예보 및 김장 적기 예보 등 대(對) 국민 기상 정보 서비스도 몇 년째 보란 듯이 해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세먼지나 폭염, 혹한 등의 악(惡)기상 출현도 잦아져 민간기상업체들의 사업 영역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상업계의 연간(2017년 기준) 매출 규모는 4천77억 원 상당에 달한다. 올해 6~8월 사이 전국 17개 시·도에 흩어져 있는 민간기상사업체 모집단 63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630개 업체가 연 4천억 원 상당의 시장을 놓고 사업을 벌이고 있으니 아직은 국내 기상산업을 중소형 전문영역으로 볼 수밖에 없다. 상위 기상업체 중에는 연 매출이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곳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봐선 업체 당연히 평균 매출이 10억 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많은 업체가 기상사업을 전업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기상사업을 부대사업으로 하기도 한다. 다만, 10여 년 전인 2007년 연 300억 원대에 불과했던 기상 시장이 최근 연 4천억 원대로 13배가량으로 커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조사에서 기상산업 상시 근로자 수는 2천583명, 수출액은 108억 9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자료는 “기상산업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2017년) 조사 때보다 매출은 239억 원(6.2%), 근로자 수는 87명(3.5%), 수출은 1억 3천600만 원(1.3%)이 각각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기상산업의 성장세는 계속되고 있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여전히 낮아 이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 시장이 덩치는 크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기상장비 분야에 치우친 나머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기상 정보 분야의 발전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상업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더 있다. 특히 기상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직은 충분하지 못한 점,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툭하면 과당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점, 기술 부족으로 소프트웨어나 장비 등을 해외에 많이 의존하는 점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국내 기상업체들이 글로벌 기상업체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명한 글로벌 기상업체로는 일본의 웨더뉴스, 미국의 웨더채널과 WDT, 영국의 노블덴튼웨더서비스, 노르웨이의 스톰지오, 핀란드의 바이살라, 네덜란드의 메테오그룹 등이 손꼽힌다. 최근 기상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도 미국이 10조원 상당, 일본은 6조원 상당으로 각각 알려져 국내 기상 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한편, 국내 산업 분류 체계상 기상산업은 (1) 기상 기기, 장치 및 관련 제품 제조업 (2) 기상 기기, 장치 및 관련 상품 도매업 (3) 기상 관련 전문, 기술 서비스업 (4) 기상 관련 방송 및 정보서비스업 (5) 기타 기상 관련 서비스업 등의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이들은 국내 기상산업을 (1)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날씨 예보 사업 영역 (2) 기상 관련 컨설팅 사업 영역 (3) 날씨 방송 관련 사업 영역 (4) 기상장비 관련 사업 영역 (5) 날씨 관련 보험 사업 영역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업종별 사업체 수와 주요 기상업체들을 소개하면 아래 표와 같다.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자료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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