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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바꾼다면서…‘위원장’ 대통령은 또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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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위원회를 열어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안’과 ‘저출산ㆍ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했다. 확정된 내용은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 공개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로드맵ㆍ기본계획 재구조화 확정 #문 대통령 대신 김상희 부위원장이 회의 주재하고 발표 해 #국가주도 출산장려정책서 전반적 삶의 질 높이기로 전환 #백화점식 정책 구조조정…194→35개, 예산도 43억→26억

재구조화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저출산ㆍ고령사회 문제에 대한 이전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며 박근혜 정부가 확정한 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의 전면적인 ‘재구조화’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사무처를 신설하고 처장은 차관급으로 만들었다. 7일 발표는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계획 ‘개조’ 의지의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7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브리핑을 한 사람은 대통령이 아닌 김상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원회 회의 자리에도,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집권 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한 번도 주재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도 불참했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위원회 위원을 위촉하면서 이들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지만, 정식 회의는 아니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재구조화안 확정회의 및 발표를 위원장인 대통령께서 주재하려 했으나 외국순방 일정 이후 각종 현안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하지 못하게 됐다”며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회 및 대통령자문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 앞서 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의 골자는 ‘백화점식 정책의 구조조정’이다. 위원회는 3차 기본계획 재구조화를 통해 기존 194개의 과제 중 35개의 ‘역량집중과제’ 만 선택해 집중하기로 했다. 94개의 과제는 다른 부처의 고유 업무인 ‘부처자율과제’로 정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저출산 정책에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엔 대학등록금부담 경감,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 템플스테이 지원,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확대 등 저출산 고령사회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대책들이 포함됐다. 나머지 65개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는 계획관리과제로 분류한다. 위원회는 이를 통해 연 43조였던 저출산ㆍ고령사회 관련 예산을 26조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도 국가주도 출산장려정책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목표출산율에 집착하지 않고, 저출산의 속도를 늦추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발표에서 “이번 로드맵은 아동, 2040 세대, 은퇴 세대의 더 나은 삶 보장을 통해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마련했다”며 “삶의 질을 높이고 일터와 가정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양육지원체계와 육아휴직제도 개편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아젠다를 적극 발굴,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정책운영위원회에선 “국가주도 출산 장려 정책으론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아이 낳기를 선택하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저출산과 관련성 적은 과제는 털어내고 효과성 높은 핵심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35개 역량집중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내년 하반기부터 난임 시술을 받을 때 현행 30%인 건강보험 본인부담비율을 인하하고, 보험 적용연령도 만 45세 미만에서 더 상향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 기간에 건강보험료 부담을 직장가입자 최저수준(근로자 기준 월 9000원 수준)으로 낮춰 부과할 계획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사업장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내년에 민법 개정을 통해 부모의 성 가운데 누구의 성을 따를 것인지 협의하는 시점을 혼인신고가 아닌 출생신고 시까지 늦추고, 출생신고 시 혼인 중 자녀와 혼인 외 자녀를 구별해 적는 등 혼인 중과 혼인외 자별을 차별하는 법적 제도 폐지에도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출생신고를 익명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난 3차 기본계획의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많은 계획이 4차 기본계획 과제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서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은 중장기적인 정책방향 위주로 검토한 것”이라며 “내년 4월 재정전략회의를 거쳐 중장기 재원 소요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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