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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말? 중국에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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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성 원저우(温州). 예로부터 '중국의 유태인'이 살던 도시로 유명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악마의 말'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사투리도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에는 크게 7개의 사투리가 있는데, 그렇다면 중국에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는 무엇일까?

푸젠성 푸셴지방 말이 가장 어려워 #광동어도 어렵지만 보급 잘 돼있어

한때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 랭킹 10"이 떠돌아다녔다. 이 랭킹에서 원저우 방언이 1위였다. 쓰촨 사투리, 샨시(陕西) 사투리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 사투리가 더 어렵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서로 싸우기까지 했다. 그만큼 랭킹은 신빙성이 부족했다.

중국어 사투리 지도. Mandarin=북방방언, Wu=오방언, Gan=감방언, Xiang=상방언, Cantonese=월방언, Hakka=객가방언, Min=민방언. [사진 www.chinalanguage.com]

중국어 사투리 지도. Mandarin=북방방언, Wu=오방언, Gan=감방언, Xiang=상방언, Cantonese=월방언, Hakka=객가방언, Min=민방언. [사진 www.chinalanguage.com]

중국어 사투리는 크게 북방(北方)방언, 오(吴)방언, 상(湘)방언, 감(赣)방언, 객가(客家)방언, 월(粤)방언, 민(闽)방언 7종으로 분류된다. 지역마다 약간씩 말이 다를 순 있지만 같은 계열에 속한다면 따로 배우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이중 표준어라고 할 수 있는 건 북방방언이다. 중국인 70% 이상이 북방방언인 만다린어(보통화)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방언을 이해하기 어렵다, 쉽다의 기준이 되는 언어는 표준어인 만다린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배우는 만다린어는 1성부터 4성까지 4개의 성조만 있고 23개의 성모와 38개의 운모가 있다. 성모는 자음, 운모는 모음으로 보면 되는데, 다른 방언과 비교했을 때 수가 적은 편이어서 발음하기도, 배우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자, 이제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을 알아보자.

상방언

창사 [사진 셔터스톡]

창사 [사진 셔터스톡]

후난성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용하는 상방언은 성모가 20개, 운모가 38개로 북방방언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기본 어휘도 북방방언과 비슷하며 특히 북방의 영향을 많이 받은 창사(长沙)의 경우 발음, 어휘 면에서 만다린어와 별로 차이가 없다. 물론 아내를 뜻하는 치즈(妻子)를 dan ke(堂客)로, 엄마를 뜻하는 마마(妈妈)를 m ma(姆妈)라고 하는 등 일부 어휘는 표준어와 다르기도 하다.

객가방언 & 감방언 

객가방언을 쓰는 푸젠성. 사진은 이 지역의 전통 건축물인 토루. [사진 인민망]

객가방언을 쓰는 푸젠성. 사진은 이 지역의 전통 건축물인 토루. [사진 인민망]

이 두 사투리는 표준어 구사자에게 어려울까? 객가방언과 감방언은 장기간에 걸친 문화 교류와 인구 이동으로 서로 비슷해졌기 때문에 하나로 묶었다. (감방언은 객가방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원래 가지고 있던 특징이 점점 옅어졌다.) 객가방언은 중원 지역, 즉 허난성, 안후이성, 푸젠성, 광시성, 후난성, 쓰촨성 일부 지역에서, 감방언은 장시성 대부분의 지역과 푸젠성 서부에서 쓰인다.

객가방언은 운모(모음)가 무려 74개나 되고 성모(자음)는 17개, 성조는 6개가 있지만 음운학적으로는 북방방언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한다. 두 언어 간 운모 체계 유사율이 52.8%에 달하고 음운학적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82% 정도라고. 열심히 알아들으려고 노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방언

상하이 [사진 셔터스톡]

상하이 [사진 셔터스톡]

상하이와 쑤저우, 저장성에서 사용하는 오방언은 북방방언과의 음운학적 상호 이해도가 다른 방언에 비해 높지 않다(60.7%). 뿌리가 같은 어휘도 31.1%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오방언은 같은 글자라도 발음이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표준어로 '줴'라고 읽는 觉는 觉得(느끼다)일 땐 gou로, 觉醒(깨닫다), 感觉(느낌)일 땐 jio로 발음한다.

앞서 언급한 '악마의 말' 원저우 사투리가 오방언에 속하는데, 발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운모가 30개밖에 되지 않는다. 성모는 35개다. 다만 베이징 말과의 운모 체계 유사도가 39%에 불과해 알아 듣기가 어렵다. 허나 오방언/원저우 말은 가장 어려운 사투리는 아니다.

월방언 & 민방언

광저우 [사진 셔터스톡]

광저우 [사진 셔터스톡]

오방언보다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사투리가 바로 월방언과 민방언이다. 월방언은 광둥성에서, 민방언은 푸젠성, 대만 등에서 주로 사용한다. 민방언의 대표는 민남어(闽南话)로, 14개의 성모와 79개의 운모를 가지고 있다. 북방방언과의 유사도는 62%.

광동어가 속한 월방언은 운모는 그리 많지 않지만(53개) 성조가 무려 9개나 된다(만다린어는 1성부터 4성까지 4개임). 월방언과 북방방언의 음운학적 상호 이해도는 52%에 불과해 중국 북방 사람들에게 월방언은 거의 외국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가령 만다린어로 공을 뜻하는 추(球)는 월방언에선 보(波), 빵을 뜻하는 몐바오(面包)는 多士(둬스), 딸기 차오메이(草莓)는 스둬피리(士多啤梨)다. 보통 영어를 그대로 음역했다.

월방언, 민방언 둘 다 어렵지만, 미디어의 영향으로 광동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더 많다. 민남어는 1956년 국무원이 발표한 <보통화 보급에 관한 지시>로 더욱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민방언을 쓰는 지역인 푸저우(福州)의 경우 2015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정 내 보통화(표준어)를 쓰는 가정의 비율이 85%에 달했다. 대만에 가도 '국어운동'으로 인해 학교 내에서 민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반면 월방언은 1967년 홍콩에서 언어 사용 조사 당시 월방언을 쓰는 인구가 40%로 가장 많았기 때문에 정부 업무, 방송, 교육 등 공적인 분야를 월방언 하나로 통일했다. 현재 홍콩 인구의 89.5%가 월방언을 제1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선 1980년대부터 난팡위성TV, 광저우TV, 포산TV 등의 채널에 월방언 사용을 허용했다.

정리하면 월방언과 민방언은 비슷하게 어렵지만 보급 정도의 차이로 민방언이 가장 어려운 중국어 사투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민방언은 또 민남, 민북, 민중, 민동, 푸셴말(莆仙话) 등으로 나뉘는데 이 언어 간에도 서로 소통이 안된다(...) 이중에서 가장 어려운 사투리는 푸젠성의 보통화 수준 평가 점수로 알아볼 수 있겠다.

보통화 수준 평가 성적표 [사진 상하이자오카오러셴]

보통화 수준 평가 성적표 [사진 상하이자오카오러셴]

푸젠성 모 대학교의 보통화 평가 센터 통계에 따르면 2급 을(乙)등급 점수대(80~86.99점) 중 민남어와 민동어 사용자의 평균 점수는 비슷했지만(81.xx대) 푸셴말 구사자의 평균 점수는 이보다 조금 낮았으며 특정 화제에 대해 말하기 문항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했다.

즉 푸젠성 푸톈 등지에서 사용하는 푸셴말이 중국어 사투리 중 가장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장 어려운 사투리가 푸셴말이라는 결론에 대해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댓글을 살펴봤다.

"가장 어려운 말은 상사의 말이지!"
"보통화와 간체자가 대부분의 중화 문화를 말살시켰어"
"기준이 글쎄... 차라리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나"
"월방언(광동어) 쓰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세계적으로 영향력도 있으니.. 내가 쓰는 오방언은 이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라질거야"
"언어 속에 문화가 담겨있어. 잘 보존됐으면"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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