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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日경찰, 한 달 만에 4만 인파 중 할로윈 폭도 4명 추려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할로윈(Halloweenㆍ10월 31일) 직전 주말이던 지난 10월 28일 새벽 도쿄 시부야(渋谷)에서 경트럭을 뒤집는 등의 행패를 부린 20대 남성 4명이 5일 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기물손괴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할로윈 주말에 트럭 뒤집고 파손한 범인들 #"시부야 거리에 전세계 악동들 몰릴까"우려 #카슈끄지 살해범 추적과 같은 방법으로 체포 #방범카메라 250대로 동선파악뒤 탐문 수사 #어느 전철타고 어디로 갔는지까지도 체크 #경시청은 흉악범 전문 수사1과 집중 투입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일본 경찰들이 도쿄 시부야 거리에 몰려든 인파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일본 경찰들이 도쿄 시부야 거리에 몰려든 인파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할로윈은 원래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사탕과 초콜릿을 얻으러 다니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이 할로윈은 크리스마스를 능가할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도쿄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시부야는 할로윈 분장을 한 젊은이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할로윈의 명소가 됐다. 그러나 올해엔 "일부 젊은이들이 폭도화됐다" 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기가 좀 더 유별났다.

10월 28일 새벽에도 시부야 거리는 4만명이 넘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할로윈을 앞두고 일부 젊은이들이 마치 폭도처럼 변했던 지난 10월 28일 도쿄 시부야 거리의 모습 [TV아사히 화면 캡쳐]

할로윈을 앞두고 일부 젊은이들이 마치 폭도처럼 변했던 지난 10월 28일 도쿄 시부야 거리의 모습 [TV아사히 화면 캡쳐]

사건은 그때 터졌다. 10여명의 젊은이들이 지나가던 경트럭을 막아선 뒤 올라타 춤을 추는 등 난동을 부렸다.  트럭을 옆으로 밀어 뒤집고도 그 위에서 계속 춤을 췄다. 날벼락을 당한 트럭 운전기사는 운전석에서 겨우 빠져나와 도망을 쳤다. 사건이 벌어진 당시엔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들때문에 주동자나 가담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경찰도 속수무책이었다.

할로윈을 앞둔 주말이던 지난 10월 28일 시부야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경트럭에 올라타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할로윈을 앞둔 주말이던 지난 10월 28일 시부야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경트럭에 올라타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여만인 5일 경찰은 사건에 악질적으로 관여한 4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향후 11명을 추가로 입건할 계획인데, 여기엔 프랑스ㆍ영국ㆍ벨기에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ㆍ관광객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할로윈을 앞둔 주말이던 지난 10월 28일 시부야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경트럭에 올라타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할로윈을 앞둔 주말이던 지난 10월 28일 시부야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경트럭에 올라타 춤을 추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TV아사히 화면 캡쳐]

일본 언론들은 6일 “일본 경찰이 당일 시부야에 모인 4만명으로부터 한달여만에 4명을 추려냈다”(산케이 신문)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도대체 일본 경찰은 한달동안 어떤 방법을 동원했을까.

관할서인 시부야 경찰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서울경찰청에 해당하는 경시청이 선두에서 총력전을 폈다.
 경시청은 이번 사건에 ‘시부야 크레이지(crazy) 할로윈 집단기물파손 사건’이란 이름까지 붙였다.
평소 살인이나 강도 등 흉악범죄를 주로 다루는 수사1과가 중심이 됐고, 여기에 화상분석 전문가들도 대거 투입됐다. 40명이 넘는 팀이 꾸려졌다.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도쿄 시부야 거리에 몰려든 인파들 [사진=지지통신 제공]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도쿄 시부야 거리에 몰려든 인파들 [사진=지지통신 제공]

추적의 1차 단서는 시부야 주변에 설치돼 있던 250대의 방범 카메라였다. 사건 현장이던 중앙로 근처에만 카메라 20대가 설치돼 있었고, 주변 역으로 이어지는 거리 등에 설치된 나머지 230대의 영상도 참고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경비 태세 확충을 위해 경시청이 도쿄 시내 곳곳에 방범 카메라를 대폭 늘려 놓은 것이 도움이 됐다.

방범 카메라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도 중요한 참고자료였다.

폭력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사건 이후 어느 길을 통해 어느 전철 노선을 타고 어디로 이동했는지의 동선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그 다음은 용의자들이 거주하는 지역 주변으로 찾아가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인 뒤 자택까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일본의 민영방송인 TV아사히는 “터키 당국이 사우디 기자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의혹을 받은 범인들의 동선을 추적했을 때 썼던 방법”이라며 “일본 경찰은 이를 (방범 카메라를 잇는)‘릴레이 방식’ 수사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약 2주만에 사건에 관여한 15명 정도를 특정했고, 이중 악질적이었던 4명을 추려 사건발생 38일만에 체포했다.

체포된 20대 남성 4명의 직업은 회사원과 미용사, 토목건설업자와 건설노무자 등 평범한 이들이었다.
직업도 모두 달랐고,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1

당시 이들은 옷을 벗고 경트럭에 올라가 춤을 췄거나 트럭을 옆으로 넘어뜨린 뒤 차체에 격렬하게 발길질을 했다. 4명은 “술에 취해 몰랐지만 영상을 보니 내 얼굴이 맞다”,“할로윈이라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며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TV아사히에 출연한 정신과 의사는 "혼자라면 절대로 못 할 일이라도 모두가 함께라면 저지르게 되는 군중심리 경향이 일본인들에게 특히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찰이 지독한 검거작전을 펼친 배경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치안 유지를 위해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도쿄 시부야 거리의 교차로를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이 건너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할로윈인 지난 10월 31일 도쿄 시부야 거리의 교차로를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이 건너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게다가 일본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시부야는 해외의 젊은이들에게도 ‘할로윈을 위한 최적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곧 추가 입건될 이들 중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는 걸 두고는 “시부야의 상징물인 스크램블 교차로 주변 거리에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악동들이 몰려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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