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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백석역 열 배관 파열사고도 인재(人災) …사고 당일 점검 ‘이상 무’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 오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역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와 관련 작업자들이 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전날 저녁 발생한 지역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와 관련 작업자들이 복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 배관 파열사고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에 따르면 사고 구간 열 수송관의 경우 난방수 유출, 지반 침하, 균열 등 10개 항목을 매일 1차례 점검하게 돼 있다. 난방공사 측은 사고 당일 6시간여 전에 점검했지만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 6시간여 전 점검 #학계 “땅꺼짐 발생 지역인데 #지자체 대비 소홀은 문제” #지역 단체 “난방공사가 #철저한 점검 안해 인재”

또 사고 구간은 지난 10월 점검에서 잔여 수명이 1년 이하인 ‘1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2개월 동안 별다른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1년에 두 차례 동절기와 해빙기에 진행하는 열 화상 점검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열 수송관 파열 사고현장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으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힙뉴스]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열 수송관 파열 사고현장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듣으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힙뉴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일 경기 고양 백석동 난방공사 온수관 파열사고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이른 시일 안에 노후 열 수송관을 점검해 의심스러운 곳은 정밀진단하고, 위험이 예상되는 구간은 관로를 조기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KTX 오송역 단전과 KT 아현지국통신 단절에 이어 고양에서 이런 일이 생겨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 송유관 등 각종 시설물의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국민께 안심을 드리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장석환 대진대(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고 지점에서 불과 수백m 거리의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서 지난해 2월 대규모 ‘땅 꺼짐 현상’이 있었다”며 “이는 해당 지역의 지하 수위와 지반형태 변경 등으로 인한 현상일 가능성이 있어 지하 시설물의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경고해 준 것이나 다름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고양시에도 책임이 있고, 지역난방공사도 위험 예상 지역의 노후한 지하 매설물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천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역난방공사가 위험지역에 대한 점검만 철저히 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인 점에서 비춰볼 때 이번 사고는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파주의보가 지난 4일 전국 곳곳에 내려진 가운데, 이날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배관이 파열돼 뜨거운 물이 도로 위로 분출됐다. [뉴스1]

한파주의보가 지난 4일 전국 곳곳에 내려진 가운데, 이날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배관이 파열돼 뜨거운 물이 도로 위로 분출됐다. [뉴스1]

앞서 감사원은 지난 9월 지역난방공사의 열 배관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과 유지보수가 적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표면 온도 차는 배관의 노후 정도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되는데, 지역난방공사 각 지사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지열관리대장에 지열차 점검 결과만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민봉(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공개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13일 지역난방공사에 대한 기관 감사를 벌여 9월에 결과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매설된 열 배관의 위험현황도 등급 산정 시 ‘열 배관의 매설구간 지표와 비매설구간 지표의 온도 차’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절연 레벨의 인용 방법 및 기준도 유지관리 지침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보수 대상 열 배관 구간 선정 업무가 부적정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사진 최윤희씨]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사진 최윤희씨]

6일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실 관계자는 “열 배관 설치의 잘못에 대해 2014년에 국감에서 거론됐고 당시 감사원에서도 감사했던 사항이지만, 난방공사가 그 부분을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하다가 이런 사고가 발생한 만큼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 의원은 열 배관의 기대수명이 40∼50년인데 수명이 20년도 더 남은 열 배관에서 사고가 잇따른 것은 애초 배관 설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2014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당시 지역난방공사가 1997년 이전에 설치한 열 배관(난방 및 온수 공급용 배관)에서 배관 연결부 보온자재의 결함이 확인됐다. 당시 기준으로 1997년 이전에 설치한 열 배관은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 고양·분당, 서울 강남 등에서 열 배관 자체시설 사고 15건이 발생했는데 모두 이번 사고 구간과 같은 1997년 이전에 설치된 배관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경찰은 6일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난방공사에 대한 압수 수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사고가 난 배관을 유지, 보수, 검사하는 하청업체 직원들로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현장 조사를 한 경찰은 27년 된 배관의 용접 부분이 터져 사고가 난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노후한 배수관을 규정에 맞게 보수, 검사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를 통해 과실이 있는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고, 합동 현장감식은 완전복구를 위해 파손 관을 교체할 시점으로 예정하고 있어 4∼5일 후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이에 대해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점검을 통해 이상이 발견되면 열 수송관을 교체하고 있다”며 “1991년에 매설된 사고 구간의 경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27년째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구간”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이 파열되는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화상을 입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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