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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도 임대아파트 살길” 유서 남기고 투신한 30대 아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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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빈민해방실천연대가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이 철거용역 폭력을 방관하고 있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빈민해방실천연대가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이 철거용역 폭력을 방관하고 있다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구 아현2 재개발 지역에서 어머니와 함께 쫓겨난 철거민이 거리와 빈집을 전전하다 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빈민해방실천연대에 따르면 철거민 박준경(37)씨는 지난 3일 오전 마포구 망원 유수지에 옷과 유서 등을 남기고 사라졌다. 한강경찰대가 수색 작업을 벌인 결과 박씨는 다음 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발견됐다.

박씨는 지난달 30일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월세방에서 세차례 강제철거를 당해 쫓겨났고, 사흘간 거리를 떠돌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유서에 “아현동 OOO-OO호에 월세로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라며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고 썼다. 이어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리고 싶다”며 어머니를 걱정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었는데 임대아파트가 무슨 소용이냐”며 통해했다.

한편 5일 박씨의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현2 재건축 구역에서 벌어졌던 불법·폭력 강제철거 실태를 듣고 박씨의 유가족,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소속 관계자들과 약 10분간 비공개 면담을 했다.

박 시장은 면담 후 “동절기 철거 금지 원칙이 지켜지도록 사법부와 협력하겠다”며 “동절기만이라도 대법원과 사법부에 협조를 구해 철거 진행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이날 빈민해방실천연대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강제철거 중단과 용역정리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겨울철 시민의 주거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강제철거를 전면 금지했다. 적용기간은 12월1일부터 2월28일까지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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