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개 택배 둘러싼 본사·기사 갈등 … 결국 배송비 오르나

중앙일보

입력 2018.12.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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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노총 택배연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대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북대구지점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뒤로 배송을 준비하는 본사 인력들이 보인다. [뉴시스]

민주노총 택배연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대구에 있는 CJ대한통운 북대구지점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뒤로 배송을 준비하는 본사 인력들이 보인다. [뉴시스]

국민 1인당 1년에 46개를 보내고 받는 택배. 온라인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가 된 택배 시장에서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택배연대 파업에 일부 배송 차질
연대 측 “노조로 인정해 달라” 요구
대한통운 “대리점과 교섭을” 거부

쟁점은 기사들 공짜 분류작업
결국 낮은 택배비 논란 불똥 튈듯

지난달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소속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의 파업 여파로 울산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택배 접수 중단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또 파업이 풀린 창원·경주·여주 등지에서도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 거부로 일부 택배 배송이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택배 시장은 한 해 물동량 23억 개, 시장 규모 5조2000억원, 택배 기사만 5만여 명에 달한다.

택배연대의 이번 파업을 촉발시킨 건 지난 10월 29일 CJ대한통운 대전 터미널에서 발생한 택배분류 작업자의 사망 사고다. 택배연대는 당시 본사의 사과와 사고 방지 대책, 부당 노동행위 근절 방안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이후 안전 시설과 작업 환경 개선 등에 모두 3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양측은 노사 교섭 상대방 인정 여부 등을 놓고 여전히 대립 중이다.

택배연대는 CJ대한통운이 교섭 당사자로 택배기사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연대 소속 택배기사는 대리점들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택배연대가 노사교섭을 한다면 대리점과 해야지 우리와 할 이유가 없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직고용한 930여 명의 택배기사는 노조도 따로 있고 한국노총 소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택배연대는 “택배 현장에서 택배기사는 사실상 대리점의 지도·감독을 받지만, 대리점은 택배 본사의 하도급업체에 불과한 만큼 본사와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가 대리점을 거쳐 본사의 관리하에 있는 노동자 성격의 신분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견해도 이와 비슷하다. 조충현 고용부 노사법제과장은 “택배기사는 자영업자 신분이지만 대리점과 업무수탁관계가 있는 만큼 노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CJ대한통운과 택배연대 간의 교섭 당사자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조 과장은 “택배연대에 CJ대한통운이 직접 고용한 택배기사가 속해 있다면 양측이 교섭상대가 맞다”며 “하지만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는 없고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들만 있다면 전국 대리점주들과 교섭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택배기사의 신분을 놓고 견해 차이를 보이는 건 택배 물류망의 구조 때문이다. 택배는 소비자-집배점(대리점)-서브터미널-허브터미널-서브터미널-집배점의 물류망을 타고 이동한다. 이 중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회사는 서브·허브터미널만 운영한다. 집배점은 택배회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한다. 택배기사는 또 이 집배점들과 위탁계약을 한다. 이후 배송 구역을 할당받아 택배를 모아오기도 하고 각 소비자에게 배달하기도 한다.

택배업계 주변에선 “이번 양측의 갈등은 결국 택배비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택배연대가 특히 문제 삼는 게 ‘공짜노동 분류작업’이다. 택배기사들이 집배점에서 할당받은 구역에 배송되는 택배 물량을 일일이 분류하는 곳이 많은데 이 노동비용을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연대는 “하루 7시간 정도 걸리는 분류작업에 대해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그 때문에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전국 집배점에 사실당 물류 도급을 준 CJ대한통운 같은 택배 본사가 나서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쉽지 않다는 게 택배본사나 집배점주들의 생각이다. 서울의 한 집배점주는 “지금도 택배기사가 나보다 돈을 더 가져가는데 더 줄 게 어디 있겠느냐”며 “택배 배송에는 분류작업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시장은 온라인·TV홈쇼핑 증가로 2000년 초반부터 매년 7~9%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업계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택배비 평균 단가는 2002년 3265원에서 지난해에는 2248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택배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5~1.7% 안팎이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자면 결국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낮은 택배비 때문에 싸운다는 걸 서로 알면서도 누구도 먼저 인상하자는 말은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선 분류작업 비용은 노사가 각각 부담하고, 택배기사는 소득을 좀 줄이더라도 노동 시간을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월 매출 평균은 560만원, 제반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420만원, 1만8000명 중 23% 정도는 연간 7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렸다.

택배비 2300원이면 본사 몫 1036원 … 배달기사는 750원
택배는 거치는 과정마다 물류 비용이 발생한다. 단계별로 물류나 배송을 담당하는 사람도 다르다. 택배비를 2300원으로 가정할 경우 먼저 물건을 각 지역의 서브터미널로 가져오는 택배기사가 350원 정도를 받는다.

이후 택배 본사는 대형 트럭 등을 이용해 물건을 허브터미널로 옮긴다. 여기서 물품을 분류해 배송 주소지가 있는 서브터미널이나 집배점(대리점)으로 넘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허브터미널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다음 단계로 옮기는 등 본사가 담당하는 중간 과정의 물류비는 963원”이라며 “여기에 본사 수익 73원 정도를 붙이는데 그 수익으로 본사 인건비나 기술개발비 등에 지출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총 2300원에서 택배 본사 몫이 1036원쯤 된다. 각 대리점은 165원 안팎을 가져간다. 또 최종 택배 배송지로 배달하는 택배기사가 750원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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