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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지 28년 …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땅밑 온수관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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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현장에서 5일 오전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파손된 열수송관을 연결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현장에서 5일 오전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파손된 열수송관을 연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노후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1기 신도시’에 비상이 걸렸다. 1990년대 초 조성된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고양 일산·안양 평촌·부천 중동·군포 산본 등으로 경기 지역 대표적인 인구 밀집지역이면서 백석처럼 20년 이상된 온수 배관이 깔려 있다.

백석역 사고 원인 노후배관 추정 #지역난방 20년 넘은 배관만 32% #1기 신도시 주민 “또 터질까 걱정” #공사 측 “1주 내 686km 전수조사”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열수송관 가운데 20년 이상된 관로의 길이는 총 686㎞로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수송관(2120㎞)의 32%에 달한다.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백석 온수 배관이 공사 측 발표대로 내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된 게 사실이라면 유사한 사고가 노후화된 신도시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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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사고 원인을 노후화로 분석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오전 백석 사고 현장과 사망자 빈소를 찾은데 이어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20년 이상 된 열수송관이 노후화 돼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1998년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열 수송관의 경우 당시에는 연결고리 탐색을 하는 공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 이런 사고의 원인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래된 신도시의 지하 기반시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태 신성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20년 이상된 열 배관은 부식 가능성이 높아 평소 정밀한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며 “차제에 정밀 진단에 나서고 시설 교체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1기 신도시를 포함한 20년 이상 배관 총 686㎞ 구간에 대해 1주일에 내에 전수조사를 통해 긴급진단을 하고 한 달 내에 정밀점검해 세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사이에는 온수 배관 균열을 계기로 1기 신도시 지하의 노후 상·하수도관, 가스 공급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반시설 노후화가 잦은 지반 침하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경기도가 지난해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건 중 3건이 낡은 상·하수도관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난 고양시 백석동 지역에서는 최근  크고 작은 지반 침하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2월 6일에는 이번 사고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편도 5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됐다. 당시 땅 꺼짐 현상은 2개 차로에 길이 30m·폭 5~10㎝, 인도에서는 길이 3m·폭 10㎝ 규모로 발생했다.

고양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 측은 “이번 사고는 지하 시설물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라며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하 매설물에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이 나서서 정밀하게 점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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