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 ‘낚시꾼 스윙’으로 일본팬 낚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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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이 2일 JGTO 최종전 JT컵에서 특유의 낚시꾼 스윙으로 티샷하고 있다. [뉴스1]

“피니시를 할 때 클럽이 좌우로 춤을 춘다. 호랑이 씨도 함께 춤을 춘다.”

일본서 ‘한국서 온 호랑이’로 불려 #티잉그라운드엔 갤러리 장사진 #일본 미디어 앞다퉈 특집으로 다뤄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프로 골퍼 최호성(45)이 일본에서 큰 인기다. 지난 2일 끝난 일본 프로골프(JGTO) 투어 최종전 JT컵에 참가한 김형성은 “최 선배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했다. 대회를 취재한 KPGA 사진기자 민수용 씨는 “일본 최고 스타 이시카와 료 보다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응원 플래카드가 처음 등장했고, 최호성의 드라이버 샷을 보려고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올 때부터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베테랑 골프 기자인 다치카와 마사키는 “일본 골프 팬들은 그동안 골프가 지루해졌다고 느꼈는데 최호성이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성의 경기를 중계한 해설진은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뜻에서 “해설자를 괴롭히는 스윙”이라고 했다.

최호성은 지난 6월 한국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당시 온몸을 비트는 낚시꾼 스윙이 전 세계에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런데 최호성은 11월 말 일본 프로골프투어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일본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는 최호성을 커버스토리로 다룰 예정이다. 일본 지상파 방송의 저녁 뉴스와 아침 버라이어티 뉴스 쇼에서도 최호성의 스윙 폼을 보여주면서 출연자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이름에 ‘호랑이 호(虎)’자가 들어가는 최호성은 일본에서 ‘한국의 호랑이 씨’라 불린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하기 전 드라이버를 높이 치켜들고 헤드를 바라보는 최호성의 루틴은 야구 선수 이치로의 스윙 루틴만큼 유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골프의 전설이자 JGTO 회장인 아오키 이사오는 “우리 시대엔 멀리서도 누가 스윙하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선수들의 개성이 사라졌다. 그래서 최호성이 더 특별하다. 일본 선수 중에서도 최호성 같은 개성파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는 ‘왜 호랑이 씨는 일본에서 사랑받는가’라는 기사를 썼다. 이 잡지는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과 화려한 복장, 개성적인 캐릭터에 매료돼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다. 어려움 속에서도 정통이 아닌 자신의 이론을 향해 돌진하는 투지가 멋지다”며 “어릴 적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는 프로골퍼들이 대부분인데 최호성은 25세에 골프장 아르바이트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은 또 “최호성이 약간 서툰 타입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어색함이 일본 갤러리에게 친근감을 준다. 그래서 그의 인간미에 매료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호성은 다른 선수와 함께 행동하지 않는 독불장군 스타일이다. 현재 일본 남성이 잃어버린 남자 냄새를 느낄 수 있으며 일본 선수가 잊고 있던 무언가를 생각나게 하는 귀중한 존재”라고 분석했다.

그의 스윙을 분석한 기사도 여럿 나왔다. 골프 팬들은 최호성의 몸의 움직임에 주목하지만, 클럽 움직임만 보면 다른 선수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오른발보다 왼발을 앞으로 많이 내미는 클로즈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벽의 역할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는 해설도 나왔다.

최호성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몸의 움직임으로 탄도를 조절한다”고 했다. 당구장에서 몸을 쓴다고 공이 휘지 않는 것처럼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보였다. 그러나 일본 골프다이제스트는 여러 해설가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탄도는 임팩트 직전 페이스가 열리느냐 닫히느냐에 따라 다른데, 대부분의 선수는 팔의 움직임으로 이를 조정하지만, 최호성은 몸 전체로 헤드를 움직인다. 그래서 몸을 오른쪽으로 구부리면 페이스가 열려 페이드 구질이 나오고, 반대로 몸을 왼쪽으로 굽히면 훅이 난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