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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살해협박" vs "먼저 남성에 욕설 "…숙대 대자보 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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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 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에 게재된 페미니즘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이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뉴스1]

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 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에 게재된 페미니즘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이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뉴스1]

서울 구로구 경인중학교(이하 경인중) 학생들이 숙명여대(이하 숙대) 캠퍼스에 게재된 페미니즘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이 남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숙대 학생들은 "페미니즘 대자보로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 호소했다. 반면 남성들은 "대자보에는 한국 남성에 대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 먼저 적혀있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숙대 대자보 훼손 둘러싼 성(性) 갈등 지속 #경인중 사과문·숙대 공식입장에 논란 확산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5일 대자보 훼손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냈다. 경인중학교가 지난 4일 숙대 대자보 훼손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데 따른 것이다. [숙명여대 제공]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5일 대자보 훼손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냈다. 경인중학교가 지난 4일 숙대 대자보 훼손과 관련해 공식 사과한 데 따른 것이다. [숙명여대 제공]

이번 대자보 사건 당사자인 숙대 재학생들은 5일 "총학생회 상주인원들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면 진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이 끝장을 보자'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여대에서 페미니즘 대자보를 쓰고 그것을 떼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아울러 학내 보안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입장문은 지난 4일 경인중이 숙대 대자보 훼손에 대해 공식 사과한 데 따른 것이다.

숙대 재학생들은 "이번 일은 중학생의 장난에 대학생이 뿔난 사건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지운 사건"이라며 "외부의 2차 가해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의 연대를 더 공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숙대 캠퍼스 투어에 참가한 몇몇 남학생들은 이 대학 공익인권학술동아리가 게재한 '탈(脫)브라 꿀팁 나누기' 대자보에 '지X', '응 A컵' 등의 욕설을 적어 대자보를 훼손했다. 브래지어를 벗고 편안하게 생활하는 팁을 공유하며 가슴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맞서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대자보였다.

경인중학교는 지난 4일 공문을 통해 숙명여대 대자보 훼손을 사과했다. [경인중학교 제공]

경인중학교는 지난 4일 공문을 통해 숙명여대 대자보 훼손을 사과했다. [경인중학교 제공]

관련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이 되자 경인중은 숙대 측에 공식 사과했다.

경인중은 공문을 통해 "일부 학생들이 '한국 남자를 죽인다' '관음하는 그 성별의 눈을 찌른다' '한국 남자 못생겼다' 등의 남성 비하적인 표현을 보고 대자보에 문구를 남겼다"며 "이를 발견한 인솔자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즉시 삭제 조치했으나 일부 문구가 뒤늦게 발견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객관적 사실과 교칙에 의거해 엄정 처벌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인중의 사과문과 숙대 학생의 입장문 발표에 논란이 잦아들기는 커녕 또 다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경인중의 사과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과 "애초 대자보에 적혀 있던 남혐 표현들이 문제"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여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 "대자보에 적힌 일부 남성 비하적 표현들을 예로 들며 학생들이 댓글을 달았다는 식의 사과는 기본적인 사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상대방의 잘못을 꼬집으며 사과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형법상 재물손괴 범위를 넓게 본다면 대자보 훼손도 그 범위에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1일 1살남'(1일에 남자 1명씩 죽인다) 등 혐오 표현이 적힌 대자보를 노출해놓고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자처하며 처벌을 요구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성 갈등이 확산되고 아무리 썩어도 아이들까지 엮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숙대야말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경인중은 관련자 색출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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