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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에서 온 남자' 자크 킹, 그가 만든 영상은 왜 끌릴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일 서울 홍릉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재캠퍼스에서 강연 중인 자크 킹(Zach King)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난 4일 서울 홍릉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재캠퍼스에서 강연 중인 자크 킹(Zach King)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에서 미국 크리에이터 ‘자크 킹(Zach King)’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가 만든 동영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예 보지 않은 이는 있어도 한 번만 본 이는 없다는 그의 영상은, 온갖 ‘마법’ 같은 상황이 난무해 눈을 비비며 다시 보게 한다. TV 브라운관으로 손을 뻗으면 화면 속 음식이 실제 손에 잡히고, 휴대폰에 면도기 이미지를 띄워놓고 휴대폰을 얼굴에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정말 면도가 된다.
그의 대표적 히트작은 2011년 ‘Jedi Kittens Strike Back’이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스타워즈 비행선을 타고 자크 킹의 사무실을 날아다니며 전투를 벌이고, 광선검으로 칼싸움을 하는 영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영상의 마법사’ 자크 킹(28)을 4일 서울 홍릉동 한콘진인재캠퍼스에서 만났다. 우선 아래의 그의 영상을 본 뒤, 일문일답을 이어간다.

영상 속 ‘마법’이 어색하지 않다
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다. 예전에는 혼자서 영상들을 만들어 올렸다. 하지만 요즘 영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섬세해지면서 팀과 함께 제작하고 있다. 팀원은 15명~20명 정도다. 어떤 영상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팀원들이 바뀐다. 아이디어 기획, 프리프로덕션 등을 거쳐 한 영상을 만드는 데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3~4주도 걸린다.
영상 촬영과 편집에 주로 무슨 프로그램을 쓰나
수없이 많다. 파이널 컷 프로 등 적어도 수십 개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드웨어도 캐논 C 시리즈 같은 고가의 장비도 쓴다. 노트북은 맥북 프로를 쓴다. ‘매직’ 수준은 아니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상은 누구나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지금은 ‘나는 영상을 못 찍는다’고 핑계를 댈 수가 없는 시대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다양하다. 돌아다니고 여행하며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접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를 들어 파리 박물관에서 그림들을 보고 ‘실제 인물화 속 인물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실제 정지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에서 인물이 튀어나와, 정물화에 그려진 꽃병 속에서 꽃을 꺼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속 소녀에게 꽃을 전해주는 영상을 만들었다. 당시 함께 영상을 찍었던 사람이 지금 와이프가 됐다(웃음).

그의 영상에는 아무리 짧더라도 ‘기승전결’이 있다. 그저 영상편집을 통해 ‘마술’ 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 속에 효과를 녹여낸다. 자크 킹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이를 마법을 통해 극복하거나, 자크 킹이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식이다.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이야기인가 효과인가
당연히 이야기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독자들에게 이 영상이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트릭도 물론 중요하다. 그 자체로 ‘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좋은 영상은 스토리가 좋고 트릭이 적은 것들이었다.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 300만명, 총 조회 수 2억 건에 가깝다
우리에게 이 수치들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영상을 올릴 때마다 체크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인스타그램(팔로워 2100만)에 영상을 올리면 첫 1시간 동안 댓글을 단 참여자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높은 수치보다 참여도 높은 소규모 팔로워와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치로 보이지만, 이들은 나를 바라보는 수백만 수천만 개의 눈들이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만든다. 나는 단지 숫자가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영감을 주고 싶은지 집중한다.
자크 킹 영상의 매력은 뭔가
국적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가 영상 속에서 마법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눈이 동그래진다(웃음). 영어를 몰라도 언어와 전혀 상관없이 똑같은 리액션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마법을 통해 극복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기 때문이다. 100년 전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그것과 내 영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상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조언한다면
50년 후에도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콘텐트는 영속적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하며 자크 킹은 아래의 영상을 예로 보여줬다.)

자크 킹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예고편과 저스티 비버 ‘Sorry’ 뮤직비디오, 나이키·코카콜라·LG 등의 광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애플 스토어와 함께 영상 작업 중이다. 그는 “어릴 적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며 영상에 대한 꿈을 키워 영화를 제작하게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지난 10년간 큰 스크린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작은 스크린 속에서 영상의 힘은 더 강력하고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든 영상을 올리기 위해 ‘게시’ 버튼을 부를 때의 그 짜릿함이 여전히 너무 좋다”며 “앞으로는 조금 더 긴 영상을 만들어 스트리밍 채널이나 실험적인 영화관 상영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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