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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법관징계위원 구성, 숨길 이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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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문현경 기자 중앙일보 기자
문현경 사회팀 기자

문현경 사회팀 기자

“법관징계위원 7명 중 6명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람이다.”

“주도적 역할 하는 위원 2명은 진보 성향 학회 출신이다.”

3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징계위원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말이 법원 안팎에서 나돌았다. 한쪽에선 우편향을, 다른 쪽에선 좌편향을 걱정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법원이 입장을 냈다. 나도는 얘기는 사실과 다른 데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법원 안팎에서의 청탁·압박 등으로 공정한 징계절차 진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미공개 이유를 밝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반 재판에선 사건을 맡은 법관이 누구인지 공개된다.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대기업 총수 등 각종 청탁과 압박이 예상된 사건에도 예외는 없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도 마찬가지다. 4일 서울중앙지법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할 판사가 각각 임민성·명재권 판사라고 밝혔다. 이 법원엔 영장전담 판사가 세 명 더 있는데, 모두 두 전 대법관과 예전에 같이 일한 적이 있다. 일을 같이했다고 편향적으로 심사할 것이라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럼에도 법원은 다른 판사들에게 사건을 맡겼다.

법관징계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4명의 법관과 변호사·법학교수·‘그밖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 비법관 3명으로 구성된다. “누굴 앉힐지는 대법원장의 고유한 권한으로 추천 과정이 규정되거나 관행화돼있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설명이다. 징계 대상자는 위원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받아들일지는 위원회가 결정한다. 위원의 편향성이나 위원회의 불공정성이 문제 될 경우 이를 감시할 다른 기구나 방법은 없다.

지금 법관징계위원회가 심의하는 판사들은 이른바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됐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 중이고 여권을 중심으로 해당 판사를 탄핵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법원 스스로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를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징계위원회의 편향성 논란이 불식되지 않는다면, 징계 결과가 나온 후에도 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속담이 있다. 도둑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거나 “열매를 딴 게 아니라 갓끈을 고친 것이오”라고 해명을 해야 한다. “나무 아래서 뭘 하든지 당신들은 알 것 없다”는 식의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오얏나무 도둑으로 몰리는 게 두렵지 않다는 오만한 인상만 준다. 법관징계위원회의 구성을 비밀의 장막에 가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현경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