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영변 핵사찰 허용 땐 … 미, 대북제재 일부 풀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8.12.05 00:05

업데이트 2018.12.0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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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등의 비핵화 초기 단계를 이행할 경우 미국 정부는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의 현지 소식통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외교 소식통, 미 상응조치 첫 언급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이 소식통은 “미 행정부 내에선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성실한 조치(sincere measures)를 취하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방침을 마련했으며, 이에 따라 실무선에서 구체적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성실한 조치는 북한이 핵물질 일부라도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하거나, 영변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그는 “대북제재를 일부 풀 수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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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검토하는 대북제재의 완화 또는 일부 해제가 철도 연결 등과 같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국한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뛰어넘어 미국의 독자 제재까지 일부 완화하는 적극적 구상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북·미 관계에서 상응하는 조치인 만큼 남북관계에 대한 제재 면제 차원을 넘는 첫 상응조치 언급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대북 ‘식량 카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로 올해 작황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상응조치 언급, 협상 의지이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대북 경고”

특히 곡물을 운반하는 선박들이 엄격한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입항을 꺼리면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했다고 한다. 이를 잘 아는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설 경우 북한으로 향하는 식량 수입선에 대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기존 대북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미 행정부가 내부적으론 ‘상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선 미국도 대응해서 움직일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영변 핵시설 사찰은 북한의 심장부를 공개하는 것인 만큼 ‘관람료’를 낼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의도로 보인다”며 “기존보다 상당히 전향적 태도”라고 평가했다.

소식통은 ‘상응조치’와 관련, “미국 정부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미국의 상응조치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따른 조치인 만큼 결과적으론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원칙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까지 미국은 북한의 무응답 모드를 놓고 우려해 왔다고 한다. 워싱턴과 서울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북한은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을 다시 잡는 데 응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중국·러시아와도 비핵화와 관련해 일절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소식통은 “워싱턴에선 ‘일부 제재를 풀어주려고 해도 무슨 제재를 어떻게 풀지 회담장에서 얘기해야 할 것 아니냐’는 답답함이 있었다”며 “‘무조건 제재를 풀어 달라’고만 주장한 뒤 실제론 협상을 피하니 미국은 북한이 협상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 행정부 내에서 ‘상응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내비친 것은 비핵화 협상의 엉킨 실타래를 풀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현인 동시에 거꾸로 북한을 향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경고까지 담겼다고 이들 소식통이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전수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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