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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능 맞다 … 국어만점 148명 역대 최저, 영어 1등급 작년 절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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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15일 치른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수험생이 체감한 것처럼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 국어는 물론, 수학과 영어도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위권 변별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9 수능 채점 결과 발표 #평가원장, 난이도 예측 실패 사과 #“국어 31번 같은 문제 출제 않겠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4일 오전 2019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능 응시자는 53만220명으로 재학생이 39만9910명, 졸업생은 13만310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불수능의 주범으로 불린 국어는 만점자가 148명으로 0.03%에 불과했다. 이는 수능이 언·수·외 영역별 100점 만점 체제로 바뀐 2005학년도 이후 실시된 국어(언어) 시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최고 ‘불국어’로 꼽히던 2011학년도 수능의 만점자 비율(0.06%)보다도 낮았다.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치솟았다. 국어 원점수 100점이 표준점수 150점이란 의미다. 표준점수는 수험생들이 평균에서 떨어진 정도를 감안해 산출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이었는데, 이보다 16점이나 올랐다. 국어 표준점수 1등급컷(등급 구분점수)은 132점이다. 즉 1등급 안에 132점부터 150점까지 수험생들이 분포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128~134점이 1등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최상위권이 넓게 분포한다.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정시모집에서는 상위권 학생 간 격차가 명확해져 변별력이 매우 커졌다.

올해로 2년째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올해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수는 2만7942명으로 응시자의 5.3%를 차지했다. 지난해 1등급이 5만2983명(10%)이었던 것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영어 난이도가 널뛰기하면서 예상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생 가운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질 수 있다. 수학 역시 가·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변별력이 커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학 가형 표준점수 최고점은 130점에서 133점으로, 수학 나형은 135점에서 139점으로 각각 높아졌다.

평가원은 공식적으로 원점수 기준 등급컷을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입시 업체들은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이 국어 84점, 수학 가형 92점, 수학 나형 88점일 것으로 예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를 못 봤을 경우 다른 과목으로는 만회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당장 내년에 어느 수준으로 공부해야 할지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성적표를 받으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을 선정해 정시 지원을 해야 한다. 예컨대 국어 점수가 좋다면 국어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국어가 낮다면 이런 대학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가원은 난이도 예측 실패를 인정하고 수험생에게 사과했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출제위원단의 예측과 실제 결과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출제 기관 책임자로서 전국 수험생·학부모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진 국어 31번 문항에 대해서는 “상당히 긴 지문이 나오고 사고 단계가 상당히 복잡했다”며 “이러한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5일에 각 학교 및 교육청을 통해 성적표를 받는다. 성적표에는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며 원점수는 없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한국사는 등급만 표시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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