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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신규 항공사 면허 5곳 도전장 … "더 필요”vs"이미 포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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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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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선을 뛰는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모두 8곳이다. 기존 업계는 경쟁 심화를 우려하지만, 신규 항공사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뉴스1]

현재 국제선을 뛰는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모두 8곳이다. 기존 업계는 경쟁 심화를 우려하지만, 신규 항공사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뉴스1]

요즘 국내 항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단연 정부의 ‘항공운송사업 신규면허 심사’ 일 겁니다. 좀 풀어서 말하자면 현재의 항공시장에 몇 개의 신생 항공사가 더 진입하느냐가 결정되는 건데요.

국토부, 내년 3월까지 최종 결정 #기존 업계 “향후 시장 전망 어두워” #신생 업체 “소비자 선택권 늘려야”

최근까지 국토교통부가 신규면허 발급신청을 받은 결과, 여객은 모두 4개 항공사가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에어로K,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그리고 에어필립인데요. 화물은 가디언즈항공 한 곳입니다.

국토부는 안전과 재무상황, 수요확보 가능성, 소비자편익 등 사업계획서의 여러 분야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과 함께 전문적인 분석과 검토를 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이 끝나면 전문가들이 포함된 면허자문회의에서 결과를 종합해 최종 면허발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면허도 조건부로 줄 계획입니다. 사업면허를 받으면 1년 이내에 운항증명(AOC)을 받고, 2년 이내에 노선허가 취득과 취항을 해야만 한다는 건데요. 이를 못 지키면 면허를 다시 회수할 방침입니다. 처음부터 몇 곳만 주겠다고 정해놓고 심사를 하지는 않겠다는 게 국토부 입장인데요. 현재 계획대로라면 대략 내년 3월까지는 면허발급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과정을 지켜보는 항공업계와 전문가 시선은 팽팽하게 갈립니다. 무엇보다 여객 분야에서 신규로 발급될 면허 수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기존 업체들은 “현재도 사실상 포화상태인 데다 향후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며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국제선을 뛰는 국내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모두 8개입니다.

한 LCC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항공시장, 특히 LCC가 크게 성장한 건 맞지만 지난 9월을 기점으로 항공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년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 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합니다. 국내 LCC의 경우 내국인 비중이 90%가량이나 돼 국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수요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다른 LCC의 고위 관계자도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주요 국가도 LCC 숫자가 많지 않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망하는 항공사가 많아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현재도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조종사와 정비인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향후 10년간 필요한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매년 300명, 부기장은 400여명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양성되는 조종사, 특히 많은 경험이 축적된 기장급 조종사 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칩니다. 게다가 중국 등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숫자도 적지 않은데요. 지난해 해외로 이직한 조종사만 145명이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항공사로 옮겨갔습니다.

숙련된 정비인력 부족 현상도 이에 못지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항공사들은 신생 항공사가 들어올 경우 조종사와 정비사 빼가기가 치열해질 것으로 걱정합니다.

반면 새로 사업을 준비하는 항공사들은 “신생 항공사들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경쟁을 벌인다면 항공 서비스 수준도 올라가고, 가격도 낮아져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한 신생 항공사 관계자는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면허를 다 내주는 게 맞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조종사와 정비 인력 문제도 외국 업체와의 협력 관계 등을 통해 기존 업체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해결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LCC 시장이 내년에도 계속 성장할 거란 한국교통연구원의 최근 보고서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2019년 항공수요 예측 및 전망’ 보고서는 우리 LCC가 내년에도 국제선 시장에서 20%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LCC의 항공요금이 생각만큼 싸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자유경쟁의 필요성을 반증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항공 분야 전문가도 의견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강석 한서대 교수는 “경쟁은 필요하지만, 면허 발급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제대로 할 수 있는 항공사를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교수는 또 “안전은 기본이고 유사시 소비자 보호 대책 등이 얼마나 잘 마련되어 있는지 등을 엄격히 점검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안전과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없다면 정부가 통제하는 대신 시장에 맡기는 게 맞다”고 말합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도 “조종사, 정비사 부족 문제는 한시적으로 외국인 조종사와 정비사 채용을 자유화해주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면허심사 과정에서 현재 탑승률이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지표를 면밀히 분석해서 추가로 항공사들이 진입할 여지가 있는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팽팽한 의견 속에 국토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주목됩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신규항공사 면허 발급은 무엇보다 승객에게 혜택이 최대로 돌아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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