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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평양 15만 환대 버금가는 이벤트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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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총독관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마오리족 공연자와 악수하며 코를 맞대는 홍이(Hongi)로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총독관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마오리족 공연자와 악수하며 코를 맞대는 홍이(Hongi)로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기내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실제 방한할 경우 정상 간 논의할 의제는 물론이고 경호와 의전은 만만찮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국(판문점 제외)을 방문하는 북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두르면 열흘에서 최소 일주일 안에 답방 준비를 마칠 수는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준비를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초청하는 문 대통령 고민 셋 #한라산 방문, 국회연설 거론 #김정은이 원하는 KTX 탑승 검토 #김정은 경호·의전에 가장 신경 #회담 어떤 의제 올릴지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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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가장 고심하는 대목은 바로 김 위원장의 안전 문제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아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쓸 부분이 경호라든지 안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동선을 노출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열차로 방중할 당시에도 대형 가림막이 설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 개인 경호팀만 100여 명”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방한하면 비밀리에 이동하기는 어려운 데다 보수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가 불 보듯 뻔해 이에 대한 북측의 부담감은 상당하다고 한다.

일각에선 최근 원경환 인천경찰청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이동시킨 것도 김정은 방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 청장은 서울청 101경비단장, 서울청 경무부장 등을 지낸 경비·경무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강원경찰청장으로 있으면서 올림픽 치안을 총괄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요소도 당연히 인선에 영향을 줬겠지만 서울청장이 외곽 경호 책임자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 답방 상황도 당연히 고려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환대를 언급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능라도 5·1경기장에서의 연설을 꼽는다. 반대로 말하면 김 위원장 방한 시 이에 버금가는 이벤트를 마련해야겠다는 구상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김 위원장이 직접 국제 언론 앞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제가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직접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한테 허용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내려오면 국회 연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야당은 “김 위원장이 현충원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입장이어서 국회 연설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도 “답방이 확정돼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야당 보이콧 등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 연설 외에도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 중이다. 한 청와대 인사는 “백두산 답방 차원에서 한라산 방문은 최우선 순위에 들어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KTX를 타고 싶다고 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답방이 이뤄지더라도 양 정상 간 합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진정한 ‘본 경기’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의제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되겠지만 우선은 답방 자체가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답방에서 김 위원장한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본다”며 “김 위원장이 두 번째 방한할 때에는 더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인사는 “아직 북측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정상 간 합의된 내용을 충실하게 집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북측과 서로 소통하면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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