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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프 새내기 조아연 “아이언샷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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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조아연은 아마추어 선수지만 LPGA투어 등 프로 대회에 20차례 출전해 17번 컷을 통과했다. 사진은 조아연의 아이언샷 모습. [사진 KLPGA 박준석]

조아연은 아마추어 선수지만 LPGA투어 등 프로 대회에 20차례 출전해 17번 컷을 통과했다. 사진은 조아연의 아이언샷 모습. [사진 KLPGA 박준석]

여자 골프 유망주 조아연(18)은 성격이 밝고, 말 재주가 좋았으며, 솔직하고, 표정도 다채로웠다.

남자 처럼 찍어치는 열여덟 유망주 #KLPGA 시드전 수석 합격 7일 데뷔 #"큰 무대 갈수록 성적 내는 스타일" #“최근 몇 년간 OB 없어 OB 몰라”

“보도자료에 제 키가 167cm라구요? 아녜요 166cm인데, 아침에만 그런 거구요. 점심, 저녁에는 그 보다 줄어요. 히히.”

“나처럼 아빠에게 혼이 많이 난 선수는 없을 거예요. 아빠한테 혼날 때 엄마는 골프 시킨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우시더니, 엄마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반 년 쯤 지나니까 ‘왜 짧게 쳤어’라고 혼내시기도 하고 나한테 레슨도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골프 130타 치시는 엄마가 국가대표인 나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더라고요.”

조아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유망주다. 주니어 시절부터 남자 같은 임팩트를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대표가 됐고 아마추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으며 지난 달 열린 KLPGA 시드전에서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7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KLPGA 2018~2019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 데뷔한다. 베트남으로 떠나던 3일 그를 만났다.

그는 “이름이 아연이라서 아이언을 잘 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라고 웃었다. 조아연은 남자 선수들처럼 공을 강하게 찍어 친다.

그는 "모든 아이언이 열 손가락처럼 다 중요하고 자신있다"고 했다. 아이언이 정교해 탭인 버디가 많은 편이다. 백스핀도 많이 걸려서 그린이 물렁물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손해를 봤고 프로에 가서 오히려 더 잘 할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츠 인텔리전스 그룹 김명구 대표는  “뒤에서 보면 조아연의 아이언샷은 항상 방향이 일정하다”고 했다. 샷이 똑바로 간다고 해서 초크라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신지애가 연상된다.

아이언 뿐 아니다. 드라이버로 캐리 220m를 친다. KLPGA 투어에서 거리 상위권에 들어갈 수치다. 거리도 많이 나는데 정교하다. 조아연은 “몇 년 간 OB가 난 적이 없어 OB를 잘 모른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다.

해맑은 열여덟 살 조아연이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조아연은 올해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쳤다. 조아연이 잘 친 대회가 선발전 점수 대회에서 빠지면서 3위까지 참가하는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대신 9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여자 아마추어 세계선수권에 나갔다. 대부분의 나라가 최고 선수들을 세계선수권에 보내지만 한국은 아시안게임을 중시해 선발전 상위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보냈다.

조아연은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대표와 함께 훈련했다. “한 방송사에서 취재를 왔는데 우리는 쏙 빼고 아시안게임 선수들만 촬영하는 거예요. 아주 창피했어요. 아 스포츠가 이런 거구나, 성적이 나쁘면 무시당하는 거구나,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조아연은 세계선수권에서 “최종라운드 2타 차 선두로 출발했다가 중간에 뒤집혔는데 하나님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면서 간절히 기도해서 살아나 1위를 했다”고 웃었다.

전화위복이었다. 대회 1등을 해서 KLPGA 정회원 자격을 받았고, 연금도 받게 됐다. 세계랭킹 1~3위가 나온 대회였으니 아시안게임보다 가치가 더 높다. 여세를 몰아 KLPGA 시드전에서도 1위가 됐다. 조아연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1위를 꼭 신이 도운 것만은 아니다. 조아연은 큰 대회일수록 성적이 좋다. 아마추어로 프로 대회에 20번 나가 컷탈락은 두 번 뿐이었다. 경기스타일이 코스가 어려운 대회에서 더욱 빛을 발할 스타일로 평가된다.

장타를 치고 남자 같은 임팩트를 하는 이유는 체력이 좋아서다. 같은 대전 출신인 박세리, 장정 등의 훈련법을 배웠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6km 정도를 달린다. 합숙 훈련시 동료들과 뛰면 압도적으로 1위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아연이는 남자 선수들과 달려야 겠다”고 할 정도다. 조아연은 줄넘기를 한 번에 1000개 한다. 2단 뛰기를 한 번에 150~200개 한다.

자신의 포부를 얘기하고 있는 조아연. 성호준 기자.

자신의 포부를 얘기하고 있는 조아연. 성호준 기자.

속도 깊다. 김명구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가르치시는 것 중에 조금 잘 못 된 부분이 있어도 묵묵히 따라 하더라”고 말했다. 조아연은 시드전 1위를 하고 하루 휴가를 받아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대회에 견학을 갔다.

아버지에게 혼이 많이 났다고 했지만 조아연의 가족은 화목해 보였다. 아버지 조민홍씨는 “아연이는 더러 혼이 나도 뒤끝이 없고 명랑하다”고 말했다. 조아연은 “혼 나고 푹 처져 있으면 내가 진 것 같아 일부러 밝게 웃어요”라고 했다.

조아연은 “내년 신인왕을 거쳐 LPGA 투어에 나가 최고 선수와 겨루고 싶다”면서 “자만심이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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