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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 건축을 담다, 시계 안에 피어난 연꽃…스위스 시계 '미도'의 여성 신제품 공개 현장에 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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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시계업계는 여성 소비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술력을 강조한 남성시계에 주력했던 내로라하는 많은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앞다퉈 여성시계를 내놓고 있다. 지난 11월 22일엔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미도(MIDO)'가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여성시계를 소개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다. 특히 브랜드 창립 이래 여성시계를 소개하기 위해 단독 행사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올해 여성 소비자들에 품은 기대감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장에 직접 찾아가 이들이 내놓은 새로운 여성시계와 전략을 알아봤다.

스위스 시계 '미도(MIDO)'의 프란츠 린더 CEO와 모델 로미 스트라이드. [사진 미도]

스위스 시계 '미도(MIDO)'의 프란츠 린더 CEO와 모델 로미 스트라이드. [사진 미도]

오후 8시(현지시간) 싱가포르 도심에 있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 주황색 불빛으로 물들자, 세계 각지에서 초청된 200여 명의 기자·인플루언서 등이 속속 모여들었다. 미도의 행사가 시작되는 신호였다. 이날 미도는 '과거, 현재, 미래'란 주제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2018·2019년의 새로운 여성시계를 공개했다.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을 행사장으로 정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내년에 출시할 여성시계 '레인 플라워'가 바로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도는 세계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시계를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1934년 호주 시드니 하버 브릿지를 모티프로 시계 '멀티포트'를 만든 걸 시작으로 파리 에펠탑(커맨더), 런던 로얄 알버트홀(벨루나), 밀라노의 갤러리아 빅토리오 엠마누엘(바론첼리) 등이 그 대상이 됐다. 2014년부터는 아예 100만 명 이상의 건축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건축가연맹(UIA)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건축대회·비엔날레 등의 주요 행사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의 주인공이 된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은 세계적인 건축가 모세 샤디프가 디자인해 2011년 문을 연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물 위 10m 높이로 마치 꽃잎 10장이 활짝 핀 연꽃을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조형미가 특징이다.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11월 22일 미도의 행사가 이 건물 지하에서 열렸다. [사진 미도]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11월 22일 미도의 행사가 이 건물 지하에서 열렸다. [사진 미도]

세계 200여 명의 기자와 인플루언서 등의 손님이 '과거, 현재, 미래'란 주제로 열린 미도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사진의 시계 사진은 올해 새롭게 내놓은 여성 오토매틱 시계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사진 미도]

세계 200여 명의 기자와 인플루언서 등의 손님이 '과거, 현재, 미래'란 주제로 열린 미도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사진의 시계 사진은 올해 새롭게 내놓은 여성 오토매틱 시계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 [사진 미도]

빗물을 모으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내 공간에서 진행된 아트 퍼포먼스. [사진 미도]

빗물을 모으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 내 공간에서 진행된 아트 퍼포먼스. [사진 미도]

1920~30년대에 생산했던 시계들을 전시했다. [사진 미도]

1920~30년대에 생산했던 시계들을 전시했다. [사진 미도]

행사장에는 미도가 1920년대 만든 화려한 보석 시계부터 2000년대 생산했던 현대적 디자인의 시계까지, 수십 점의 여성시계가 전시돼 있었다. 브랜드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스위스에서 공수해온 빈티지 시계들이다. 이를 뒤로 하고 다음 방으로 들어가자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나타나 관객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목에는 올해 내놓은 여성용 오토매틱 시계(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기계식 시계)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이 채워져 있었다. 미도의 프란츠 린더 CEO는 이 시계를 "미도의 현재"라며 "본체는 클래식한 디자인이지만 세 종류의 다른 스트랩을 함께 제공해 상황에 맞게 바꿔가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도가 올해의 여성시계로 선보인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 3개의 스트랩이 함께 제공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한국에선12월부터 판매한다. [사진 미도]

미도가 올해의 여성시계로 선보인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 3개의 스트랩이 함께 제공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한국에선12월부터 판매한다. [사진 미도]

미도 레인 플라워.

미도 레인 플라워.

미도는 남성시계를 조금 작게 만들어 여성의 손목에 맞추기보다, 아예 새로운 디자인으로 여성만을 위한 오토매틱 시계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올해 출시한 바론첼리 레이디 데이 앤 나잇이 그 첫 번째, 내년에 보여줄 레인 플라워가 두 번째 작품이다.
유명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원칙도 과감히 깼다. 내년에 선보일 레인 플라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빅토리아 시크릿'의 유명 모델 로미 스트라이드를 첫 광고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임명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레인 플라워 시계를 차고 행사장에 나타났는데 3시·9시·12시 지점에 숫자 대신 초록색 차보라이트 보석을 부착한 다이얼에 검정 스트랩을 조합한 디자인이다. 이 시계는 내년 5월부터 500개 한정으로 생산·판매될 예정이다.

모델 로미 스트라이드가 디자인한 레인 플라워. 500점 한정으로 제작해 판매될 예정이다. [사진 미도]

모델 로미 스트라이드가 디자인한 레인 플라워. 500점 한정으로 제작해 판매될 예정이다. [사진 미도]

다양한 여성의 기호를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취향에 맞게 레인 플라워를 디자인해볼 수 있는 '크리에이트 유어 미도(#CreatYourMido)'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 캠페인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해 11월 23일부터 두 달간 다양한 색·무늬·소재로 마련된 다이얼·케이스·스트랩 등을 골라 시계를 디자인하고, 이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면 두 명을 선정해 미도 시계와 싱가포르 여행권을 증정한다. 다음은 프란츠 린더 CEO와의 일문일답.

창립 100년 ‘미도’ 여성 집중 공략 #싱가포르 아트뮤지엄서 영감받아 #꽃과 빗물이 빚어낸 조형미 주목 #“한국 건축물에서 소재 찾을 수도”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을 선택한 이유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프로젝트에선 '여성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게 중요했고, 이에 적합한 건축물을 찾았다. 여러 후보가 나왔지만 이곳이 여성성의 상징인 '꽃'을 닮았다는 점과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건물로 미래 가치인 지속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미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뛰어난 품질과 기능성,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이다. 우리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시계만을 세상에 내놓는다. 외형으로 보면 복잡하고 튀는 시계는 만들지 않는다. 단순하고 순수하며 가독성 좋은 디자인이 미도의 DNA다."

-여성시계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는 남성에게만 집중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여성·남성 고객을 똑같이 확보하고자 한다. 지금 남성 대 여성 고객 비중은 6:4 정도다."

-현재 세계적인 여성시계 트렌드는 뭔가.
“과거 여성들은 오토매틱 시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는 쿼츠(배터리로 작동하는 시계)와 오토매틱을 구분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토매틱 시계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여성이 많아졌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의 시계가 승부수가 될 거다."

-한국의 건축물로 시계를 만들 계획은 없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대상 건축물을 선택할 때 국가나 도시를 정하고 그 틀에 맞추진 않는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요소를 가진 세계의 건축물을 모두 조사한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언젠가 한국에서 거대한 행사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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