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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산 천일염, 미래 향한 고부가가치화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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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완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최완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소금은 기원전 약 2000년쯤 식품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게 도와주는 천연방부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매우 증가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고대 로마의 3대 교역품이 황금, 노예 그리고 소금이었으며,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좌우됐다. 프랑스 대혁명이 소금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로 소금은 인류 역사상 뗄려야 뗄 수 없는 식품이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고려시대 때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소금 전매제도를 실시하면서 세금도 부과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가뭄이 오래 지속할 때 임금이 소금·콩·쌀을 백성들에게 하사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소금은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 물품으로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소금의 역할은 18세기에 접어들어 활용성이 단순 식용, 방부용에서 화학 원료로까지 확대되면서 유황·석회암·석탄·석유와 더불어 화학 공업의 5대 원료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피부 관리제, 입안 상처 치료제로 소금의 이용 분야는 더욱 넓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소금인 천일염, 그 천일염의 최대 산지인 전남 신안군 증도의 경우, 슬로시티의 명성에 어울리게 천일염을 단순 식품으로만 소비하고 있지 않고, 소금박물관, 힐링센터, 염생 식물원 등을 조성해 연간 10만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의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 게랑드 지역은 염전을 생태보호지구로 지정하고 소금의 집 등 소금홍보시설을 조성했다. 폴란드는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을 관광명소로 개발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염전이 국민의 고되고 지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의 장소로서의 역할을하고 있는 걸 보면서 천일염과 염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풍년의 역설로 인해 국산 천일염 산업이 몇 년째 시련을 맞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올해 말, 그간 진행해왔던 연구개발(R&D) 결과와 천일염산업 육성 사업 방향 등을 토대로 ‘천일염산업 발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천일염의 고부가가치화, 판로 확대, 6차 산업화 등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해 보려 한다.

앞서 소금의 역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소금은 시대별로 그 의미와 가치를 달리해 왔지만, 그 중요성은 변함이 없었다. 고대부터 동양에는 “나라 살림을 넉넉하게 하고 백성의 삶을 구제하는 길은 소금을 굽는 것이 으뜸”이라는 말이 있었다. 염전에 몰아치고 있는 지금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천일염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최완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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