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고가구점을 운영하는 김모(69)씨는 최근 휴대전화가 적힌 명함을 새로 찍었다.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불통된 유선전화가 아직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일 기자와 만난 김씨는 “여기는 오던 손님이 늘 전화로 ‘가구 보내달라’라고 주문을 하는데 전화가 아직 먹통”이라고 하소연했다.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받을 수 있는 착신전환 서비스가 있지 않으냐고 묻자 “뭘 알아야 해달라고 하지. 할 수 있으면 하면 되는데 몰라서 못 했다”고 말했다.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통신대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인터넷만 완전히 복구됐을 뿐 불이 난 지사 코앞의 북아현동‧중림동 일대는 전화가 여전히 먹통인 곳이 많았다. 동네 슈퍼나 부동산, 가구점 등 전화 주문이나 문의로 장사를 하는 곳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상인들은 일반전화를 휴대전화로 연결시키는 착신전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KT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T 아현지사 화재 일주일 지났지만 #유선전화는 완전 복구 안 돼 불편 #광케이블 복구는 대부분 완료 #구리선은 무거워 복구 작업 더뎌 #고령층 대상 대체 서비스 안내 부족
아현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미희(50)씨는 “꼭대기에 살고 거동을 잘 못 하시는 할머니들에겐 전화로 주문받고 배달해드렸는데, 지난 수요일 착신전환하기 전까지는 전화를 하나도 못 받았다”며 “오늘도 전화 안 되는 줄 알고 내려오신 할머니들이 계셨다”고 전했다.
현재 복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KT에서 직원들이 다니긴 하지만, 착신전환 서비스를 일일이 안내해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인터넷 기사 등으로 정보를 접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서비스에서 멀어진 셈이다.
아현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83) 사장은 “하루 10통 정도 사무실 전화가 오는데 그 전화는 못 받는 거지”라고 말했다. 한 주방가구 가게를 운영하는 주모(69)씨도 “공장에 도면을 팩스로 보내던 걸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내고 있다”면서도 “열심히 복구하고 있는 것 같던데 뭘 싫은 소리를 하겠나”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들은 착신 전환 서비스를 모르고 있었다.
한 상인은 "보상도 중요하지만, 차선책이 있다면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KT가 이런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복구 과정에서 KT가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도시락 업체를 운영하는 유모(39)씨는 "화재 당일부터 5일 동안 다 쉬었다"며 "KT에 전화해도 '언제까지 복구해준다' 말이 없어서, 직접 지사에 찾아가서 회
선 번호를 알아내서 민원을 넣었더니 그제야 인터넷이나마 돌아왔다"고 전했다.
KT 측은 "무선·광케이블은 복구가 거의 끝났고, 동케이블(구리회선)은 1일 기준으로 64%가 복구됐다"며 "현재 동케이블(구리회선)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