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휴전' 국내 산업계 반응은…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분간 서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자, 한국 기업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이 양국 무역전쟁을 우려한 건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세를 올리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수출품의 현지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다. 결국 국제 교역량이 감소하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현지에서 소비되는 비중이 상승한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미·중 무역전쟁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교역 축소를 불러온다”며 “특히 수출 의존도가 70%가 넘는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이날 “무역은 세계 성장의 중요한 엔진”이라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다.
반도체·자동차 "중국 소비 회복 계기" 기대감
한국 반도체 산업은 대(對) 중국 수출 비중(40%)이 높은 편이다. 전자 업종도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를 납품하는 한국 기업이 많다. 예컨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TV에는 한국산 디스플레이·부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1121억 달러·약 125조원)였다.
자동차 업계도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 자동차 판매는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9월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193만6000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감소하면서 현대차(-12%)·기아차(-18%)도 타격을 입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번 양국 정상 합의가 중국 자동차 소비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제동"
철강·유화 업계에도 나쁠 것 없는 소식이다. 물론 직접적으로만 보면 한국 주요 중후장대 산업은 이번 무역분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 8월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 중인 수입할당(쿼터)에 품목별로 예외를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를 사용하는 최종 완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하는 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흘러가던 분위기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력산업협의체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격화할 경우 2019년 한국 철강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감소율은 각각 10%와 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일단 미국의 전반적인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완화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증가하면 선박 발주량이 증가해 한국 조선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무역분쟁이 ‘종전’ 아닌 ‘휴전’ 수준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경제·외교·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패권 전쟁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90일 동안 미·중 양국이 진행할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희철·김민중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