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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의 '아르헨티나 무역담판'…석달 휴전에 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세계가 주목한 미ㆍ중 정상의 ‘아르헨티나 무역담판’은 파국 대신 ‘석달 휴전’으로 결론지어졌다.

추가 관세 중단 합의 등 급한 불 꺼 #석달 동안 지식재산권 보호 등 협상 #협상 미진하면 관세율 25%로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마련된 업무 만찬에서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세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미국은 향후 90일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또한 “양국은 모든 관세를 없애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내년 1월부터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려한 계획은 일단 보류됐다.

미중 무역전쟁

미중 무역전쟁

미ㆍ중은 대신 앞으로 90일 동안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장벽, 사이버 침입ㆍ절도 문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협상을 즉각 개시하기로 합의하고, 이 기간 이내에 협상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협상이 실패하면 관세가 25%로 인상된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아직 합의되진 않았지만 중국이 무역 불균형 축소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농업, 에너지, 산업 및 기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산 농산물은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앞으로 양국의 실무진이 무역전쟁 중에 부과된 기존의 보복 관세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가속할 것”이라며 “상호 공영을 위한 구체적 합의 세칙을 조속히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증가와 중서부 팜벨트 지역에서의 지지율 하락을 추스르는 목적으로 ‘조건부 휴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또한 경기침체를 심화하는 더 이상의 파국을 막으면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앞서 두 정상은 이날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47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무역 담판을 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열렸지만, 전체적으로 만난 시간은 계획보다 30분 정도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과 멋진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것이 중국에 좋고, 미국에 좋은 것을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띄웠다.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우정을 거론하며 “회담을 갖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 사이의 협력만이 평화와 번영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날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을 언급하면서 “매우 슬프다”고 애도의 뜻도 표했다.

두 정상은 업무만찬을 끝낸 뒤 공동발표나 기자회견 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그러나 앞으로 방문과 회담, 통화, 서한 등의 방식으로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기로 하고 적기에 상호방문을 하기로 했다고 왕 국무위원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미중 무역전쟁은 당분간 소강상태를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8월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9월에는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10% 관세율은 내년 1월부터 25%로 인상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었다. 중국도 이에 맞서 11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겼다.

중국의 보복관세에 트럼프 행정부는 나머지 267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였다.

외신과 백악관 취재단에 따르면 회담장에는 긴 직사각형 테이블이 놓였고, 양 정상은 테이블 중앙에 마주 보며 자리를 잡았다. 배석자들은 양쪽 옆으로 앉았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참모가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딩쉐샹(丁薛祥)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류허(劉鶴) 부총리,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鐘山) 상무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앞으로 90일 동안의 무역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측 대표는 므누신 재무장관이 좌장을 맡는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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