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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면 '폰'부터 던진다···대형사건 스모킹건 된 휴대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경찰. 조직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 스마트폰부터 던지고 있다.[사진 구로경찰서]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경찰. 조직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 스마트폰부터 던지고 있다.[사진 구로경찰서]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김씨’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과거에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7일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허탕을 쳤다.

 검찰은 혜경궁김씨가 활동을 시작한 2013년부터 김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흔적을 찾고 있다. 수사기관은 김씨가 2016년 7월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서 애플의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바꾼 점,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중고폰을 모아 사용했던 점을 줄줄이 꿰고 있다.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경찰. 조직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 스마트폰부터 던지고 있다.[사진 구로경찰서]

2017년 서울 금천구 일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경찰. 조직원이 경찰에 잡히기 전 스마트폰부터 던지고 있다.[사진 구로경찰서]

 피의자인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는 것보다 휴대전화 압수에 더욱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뭘까. 강구민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위치 정보와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볼 수 있는데다 연결된 서버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현대인 필수품 휴대전화에는 사생활 고스란히 축적하고 있다. 디지털포렌식없이는 이젠 수사를 말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포렌식(forensic)은 법의학 용어에서 시작됐다. 사체를 조사해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증거를 찾아 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s)은 휴대전화나 컴퓨터로부터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여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서는 최순실씨의 태블릿PC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가 3대 스모킹건으로 불렸다. 검찰은 2016년 10월 정호성 전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하다 휴대전화 2대를 발견했다. 거기서 쏟아진 녹음파일만 236개다. 당시 청와대가 수사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깎아내리자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전직 행정관은 “공직기강비서관 산하 직원들이 오면 제일 먼저 직원 휴대전화를 압수한다”며 “휴대전화를 먼저 압수하고 사람을 나중에 조사실로 데려갈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 뒤에 세 시간 정도 있으면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 음성 등 대화 내용도 90%까지 복원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와대 전직 행정관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공포의 대상이다”며 “청와대 직원들은 대부분 업무용은 최소한 연락만 취하고 아이폰과 같이 보안 기능이 좋은 휴대전화를 세컨드(second)로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마친 김혜경씨,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일 오후 &#39;혜경궁 김씨&#39;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18.11.2   st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찰 조사 마친 김혜경씨,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2일 오후 &#39;혜경궁 김씨&#39;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2018.11.2 st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수사에서 ‘스모킹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빼거나 이를 막는 보안 기술 싸움은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유되기도 한다. 지난 29일 서울시 구로구의 디지털포렌식 전문 업체를 방문해보니 스마트폰 내부에서 메모리만을 읽을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검찰이나 경찰 소속 수사관들은 이 업체에서 장비 사용이나 소프트웨어 처리 방법을 배워가기도 한다.

 문수교 인섹시큐리티 과장은 “2015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 출시 이후부터는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도 보안 기능이 강화돼 이를 뛰어넘는 기술도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휴대전화 파일을 USB 단자를 이용해 컴퓨터에 그대로 복사하면 열람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전문 소프트웨어가 있어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구글 앱스토어에는 ‘시큐어불도저’ ‘에스브러시’ ‘컴플릿와이프’ 등 휴대전화 데이터를 지워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메뉴에서 공장 초기화를 선택한 뒤 빈 용량에 관련 없는 동영상으로 가득 채우라’라는 압수수색 대비 매뉴얼도 소개돼 있다.

29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디지털포렌식 전문 업체에 있는 스마트폰 분해 기기. 김민상 기자

29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디지털포렌식 전문 업체에 있는 스마트폰 분해 기기. 김민상 기자

 사생활과 관련한 막대한 정보가 저장돼 있는 사회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정당하느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14년 연방대법원에서 영장 없이 압수한 스마트폰 사진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제동을 걸었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압수수색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논의가 부족하다”며 “수사기관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때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참여권이 보장돼 있지만 통상 지루한 과정이라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민상‧김기정‧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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