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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 여전히 '시끌'…젠더 혐오 논란 속 자정목소리도

중앙일보

입력

14일 '이수역 폭행 사건' 당사자인 여성이 올린 피해 모습(왼쪽 사진)과 다음날 온라인상에 올라온 욕설 영상. [네이트판·카카오TV 캡쳐]

14일 '이수역 폭행 사건' 당사자인 여성이 올린 피해 모습(왼쪽 사진)과 다음날 온라인상에 올라온 욕설 영상. [네이트판·카카오TV 캡쳐]

지난달 13일 벌어진 ‘이수역 폭행 사건’에 대한 논란이 사건 발생 20일째(2일 기준)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란의 핵심인 ‘젠더 혐오’에 대해 자정 목소리도 나온다. 남혐(남성혐오)·여혐의 시각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온라인 등에서는 여전히 혐오 목소리가 높다.

경찰 발표에도 논란 가라앉지 않아 #진선미 "여혐으로 단정해 문제 키워"

이 사건은 지난달 14일 당사자인 여성이 온라인상에 머리에 붕대를 감은 사진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이 여성은 남성 측이 “메갈X 처음본다” “얼굴 왜 그러냐” 같은 인신 공격 발언을 했고, “뼈가 보일 만큼 폭행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남성들을 지탄하는 글이 올라왔고, 하루만에 30만명 넘게 동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새로운 영상이 온라인상에 떠돌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1분4초짜리 영상 속 여성 2명은 옆 테이블 손님들에게 욕설과 함께 남성 성기를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영상 공개 후 여성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래퍼 산이(왼쪽 사진)와 제리케이. [뉴스1]

래퍼 산이(왼쪽 사진)와 제리케이. [뉴스1]

이 와중에 힙합계에서는 디스전이 펼쳐졌다. 래퍼 산이는 여성들이 욕설하는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후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공개했다. 이에 래퍼 제리케이는 ‘노 유 아 낫’이란 곡으로 산이를 저격했다. 다시 산이는 ‘6.9㎝’라는 곡으로 응수했다. 래퍼 슬릭은 ‘이퀄리스트’라는 곡으로 산이를 저격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6일 경찰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여성이 남성의 손바닥을 먼저 쳤다”는 주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여성 한 명이 남성 테이블로 가서, 앉아 있던 남성의 손바닥을 쳤다. 옆에 다른 남성이 여성의 (챙이 있는) 모자를 쳐서 벗겼고 여성이 (손바닥을 쳤던) 남성의 모자를 치면서 서로 흥분해 밀고당기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성들이 폭행으로 머리를 다쳤다는 주점 출입구 계단에는 CCTV가 없어, 이날 경찰의 설명만으로는 혐오 논란을 잠재우기 역부족이었다.

이후 경찰의 조사도 더뎠다. 당사자들이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소환 조사를 늦춰서다. 현재 피의자 5명 중 4명의 조사를 마친 상태다. 주점 관계자와 처음 여성 측과 시비가 붙었다는 커플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빨리 조사하길 바라지만 강제 조사가 아니라 임의 조사여서 나머지 여성 한 명의 의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다음 주에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논란이 길어지면서 혐오에 대한 자정 목소리도 나왔다. 29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문제(이수역 폭행)는 그렇게 예민하게 접근하지 않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처음 시작부터 여혐부터 시작했던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언론에 의해 너무 부추겨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여혐 사건으로 처음부터 단정하는 바람에 커진 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과열양상을 보이는 젠더 이슈들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제 조금 자정적인 그런 분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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