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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청탁 안해도 쓴다' 매일 수필 보내주는 작가 이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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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편씩 수필을 썼다. 그리고 그날 밤 자정이 되면(조금 넘길 때도 있었다) 그 글을 구독자들에게 보냈다. 때로는 피식 웃음이 나고,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는 그런 글들이 구독자들의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이 연재 프로젝트의 이름은 '일간 이슬아'다. 물론 작가 이름이 이슬아(26)여서다. 이씨는 학자금 대출 2500만원을 갚겠다며 '셀프 연재'를 시작했다. 어떠한 플랫폼도 거치지 않은 '작가-독자' 직거래 방식이었다. 월 구독료는 1만원.

'일간 이슬아' 온라인 포스터.

'일간 이슬아' 온라인 포스터.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이씨는 반 년간 연재를 이어갔고 그사이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연재물을 다 합쳐 500페이지가 넘는『일간 이슬아 수필집』으로 출판됐다.

지난 22일 이 작가를 만났다. '이 작가의 광팬'임을 자처한 대학생 배도현씨가 진행을 맡았다. 배씨는 "슬아님의 글은 과하지 않고 무엇보다 가르치려 하는 것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일간 이슬아'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있다. 엄마인 '복희'와 아빠 '웅', 고양이 '타미', 애인 '하마', 현재의 이슬아인 '현슬', 미래의 이슬아인 '미슬' 등등…. 등장인물들과 겪은 일화,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 등을 바탕으로 이씨는 담담하게 글을 서술해 나간다. 이 작가는 "주변에 있는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이 무엇으로 고생하는지, 애쓰는지 그런 이야기들이다"고 말했다.

배씨가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나. 혹시 인공지능(AI) 아닌가?"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이 작가는 "독자들이 구독료를 선불로 내기 때문에 강제로 책임감이 생겼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놓는다"고 말했다. 메모장에 적은 이야기를 적절히 각색해 글로 썼다.

"수필이 자전적인 것 같지만 사실 세상 사람들한테 자신을 포장하기 굉장히 좋은 장르라고 생각해요. 책 속의 이슬아보다 현실의 이슬아가 조금 더 지루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 아이폰 메모장은 아무에게도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웃음)"

이슬아 작가가 지난달 출간한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표지. [사진 문학동네]

이슬아 작가가 지난달 출간한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표지. [사진 문학동네]

지난달 이 작가는 그림 에세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도 출간했다. 책에는 모녀로 '우연히' 만난 60년대 생 엄마 복희와 90년대 생 딸 슬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가 쓱쓱 그려낸 삽화는 특유의 담담한 문체와 제법 잘 어우러진다. 이 작가는 "어떤 모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고 귀엽고도 찡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있나요?" 배씨가 묻자 이 작가는 "비난이나 칭찬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오롯이 '나'에 두려고 노력한다. 건강을 위해 근력운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글을 보면 그는 달리기·물구나무서기·턱걸이 등을 자주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일간 이슬아'를 연재하는 동안 매일 '마감' 압박에 시달렸지만, 이 작가는 내년에도 '일간 이슬아' 시리즈를 또 한 번 연재해 볼 생각이다. "미슬(미래의 이슬아)이한테 한 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작가가 수줍게 말했다. "미슬아, 부디 내가 여러 가지 실수를 하면서 가도 미래에 잘 감당해주길 바라. 안녕!"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놀러오세요: https://youtube.com/add_contact?c=WOBzUgTzdlFDa-K6p9Y6pKz_unw9Bg

'뜨거운 감자 미식회' 일동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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