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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자 가석방 현장 가보니…"가족 만나 좋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전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구치소 앞에서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최근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58명이 이날 가석방됐다. 이날 출소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수감자는 13명이 남게 됐다. [뉴스1]

30일 오전 대구구치소에서 출소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구치소 앞에서 얼싸안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에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운데 최근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58명이 이날 가석방됐다. 이날 출소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수감자는 13명이 남게 됐다. [뉴스1]

형이 확정된 뒤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됐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거 가석방됐다. 법무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최근 가석방 결정이 내려진 58명을 30일 오전 의정부교도소와 수원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 출소시켰다.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구치소 정문 앞에는 가석방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모여들었다. 가석방된 박하림(24)씨는 “가족들을 만나서 너무 반갑고 좋다”며 “양심과 신념을 인정해준 사법 당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부터 수원구치소에서 복역했다.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하고 이달 초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법무부는 이를 반영해 유죄 확정자의 가석방 시기를 앞당겼다. 이전까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통상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년 2∼3개월가량 형기를 채운 뒤 가석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수원구치소에서 출소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모두 13명으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1개월 형기를 마쳤다.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친구들을 만나자 “오늘 뭐 먹을까. 고기 먹어야지”라며 환하게 대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박영재(54)씨는 “처음에 구속되어서 차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볼 때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팠다”며 “대체 복무와 같은 다른 방법을 통해 아들이 사회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구치소에서 석방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박하림(24)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구치소에서 석방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박하림(24)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교정시설을 나온 뒤에도 가석방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판기록은 물론 수사기록과 형 집행과정 기록 등을 검증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맞는지를 철저히 가려냈다”고 밝혔다. 이날 58명이 가석방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 수용 인원은 13명으로 줄었다.

2020년 초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체복무제에 따라 앞으로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징역을 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사라진다. 이미 병무청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하고 2019년 12월까지 관련 입법을 주문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입영을 연기하였다. 병무청 관계자는 “6월 헌재 결정이 나올 당시 고발을 준비 중인 대상자가 12명이었다”며 “이들에겐 입영 연기를 안내하는 행정절차를 마쳤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대체 복무 기간과 형태를 36개월 교도소 합숙 근무로 잠정 결정했다. 국방부는 다음달 열리는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이 같은 정부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합숙 근무 기간을 36개월로 정한 것은 산업기능요원이나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 복무자가 34~36개월 복무하기 때문이다. 현역병 18개월과 같을 경우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이 36개월 안에 대해 여전히 “징벌적 성격이 있다”고 반대하면서 최종 대체 복무 기간은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는 아니지만 양심적 병역 거부로 징역형을 살았던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해외에서도 현역병의 1.5배 수준의 대체 복무를 시행하는 제도가 일반적”이라며 “과도한 대체 복무는 또 다른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복무로 교정 업무를 시키는 일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교도소에서 행정이나 청소 업무 등을 해왔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대리해 온 김진우 변호사(김진우 법률사무소)는 “소방이나 의료 분야와 같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맞는 대체 복무 업무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그대로 대체 복무로 맡기는 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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