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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가 ‘첫 내한’이라고? 디즈니 코리아에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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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0돌을 맞은 미키 마우스가 2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올해 90돌을 맞은 미키 마우스가 2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탄생 90돌을 맞은 미키 마우스가 27일 한국에 왔다. 다음 달 2일까지 서울투어‧팬 미팅‧특집방송‧봉사활동에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와 협업 무대 등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내한 일정이 빽빽하다.
미키 마우스는 1928년 세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 1978년 미국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만화 캐릭터 최초로 입성한 스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 캐릭터답게 국내 팬들의 환영열기도 뜨거웠다.

탄생 90돌 미키 마우스 공식 한국 방문 #캐롤 초이 디즈니 코리아 대표 인터뷰 #폭스 인수합병 후 디즈니 행보는… #내년 출시 OTT 플랫폼, 넷플릭스와 달라

그런데 이번이 90년 만의 미키 마우스 첫 공식 내한이란 건 무슨 얘기일까. 미국에서 오리지널 인형 탈을 공수해왔다는 뜻일까. 28일 만난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캐롤 초이(53) 대표에게 동심파괴를 무릅쓰고 물었다. 그가 웃으며 설명했다.

“살아있는 미키는 디즈니랜드에만 존재한다는 세계관이 있다. 미키가 서울을 여행하는 동안은 오직 서울에만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에서 누군가 탈을 쓸 수 있지 않냐고? 그럴 수 없다. 미키를 ‘할’ 수 있는 스태프가 특별히 정해져 있고 그 사람을 한국에 불러와야 한다. 디즈니 내에 미키 관리팀이 따로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슬로건은 디즈니란 브랜드의 동의어다.”

28일 서울시민청에서 배우 이준기, 신세경과 함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주최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선물 포장에 나선 미키 마우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8일 서울시민청에서 배우 이준기, 신세경과 함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주최 소외계층 어린이를 위한 선물 포장에 나선 미키 마우스.[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K팝스타 초대해 90돌 생일파티 

초이 대표는 중국계 미국인. 지난해 12월 디즈니 코리아 대표이자 한·중·일 등 북아시아 지역 마케팅 총괄로 임명되며 한국에 왔다. 2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그는 디즈니 입사 전에 유니버설 뮤직의 중국 합작투자회사를 운영하며 중국판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올해 미키 마우스의 국내외 90돌 행사엔 한국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동참했다. 디즈니 계열사인 미국 ABC 방송이 지난 18일 미키 마우스의 생일에 방영한 특집 쇼엔 한국 보이그룹 NCT 127이 출연했다. 30일 KBS 음악방송 ‘뮤직뱅크’엔 걸그룹 우주소녀가 미키 마우스와 90주년 생일 노래를 한국어로 편곡한 콜라보 공연을 선보인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도다. 초이 대표는 “지역마다 현지 특성에 맞게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디즈니의 전략인데, 한국은 K팝과 TV쇼가 일상에 깊이 연관돼 있더라”면서 “우주소녀의 경우, 곡의 느낌과 어울리는 아이돌을 찾았다”고 했다.

탄생 90년 만에 내한한 미키 마우스가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와 만났다. [사진 우주소녀 인스타그램]

탄생 90년 만에 내한한 미키 마우스가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와 만났다. [사진 우주소녀 인스타그램]

미키와 미니, 남산타워 데이트도  

한국을 향한 미키 마우스의 구애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엔 89번째 생일을 맞아 서울이 배경인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자물쇠’를 제작했다. 남산타워로 데이트를 온 미키와 미니 마우스의 코믹한 소동을 그렸다. “사랑해” 같은 한국말도 등장한다.

이런 현지화 전략도 미키 마우스가 오래 사랑받은 비결로 보인다. 초이 대표는“미키 캐릭터는 아주 엄격하게 관리된다. 어디 출연하고 어떤 제품에 쓰일지,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유지한다”면서“이를 통해 디즈니가 추구하는 재미‧희망‧긍정 등의 가치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온 것”을 장수 이유로 설명했다.

폭스 합병한 디즈니, 한국영화 투자 나설까

디즈니는 올해 21세기폭스의 영화‧TV사업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1901~1966)가 미키 마우스의 목소리 연기까지 도맡았던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콘텐트 공룡이 됐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전 세계에서 연간 551억 달러, 우리 돈 약 61조원에 달한다. 디즈니 스튜디오를 비롯해 픽사‧마블‧스타워즈 등 인수‧보유한 핵심 브랜드가 매년 성공신화를 경신해온 덕이다.

그런 디즈니에 한국시장은 각별하다. 인구당 영화 관람 횟수가 세계 1위(1인 연간 4.25회, 영화진흥위원회 2016년 집계)수준인데다 애니메니션을 비롯한 디즈니 작품이 잇따라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 특히 마블의 수퍼 히어로 영화는 올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어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지금까지 마블 시리즈가 동원한 한국 관객 수는 1억명이 넘는다.

초이 대표는 “디즈니는 한국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역대 디즈니 코리아에 부임한 외국 국적 대표 중 한국에 풀타임 체류하며 국내 시장을 지켜본 이는 그가 처음이다.

캐롤 초이 디즈니 코리아 대표.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캐롤 초이 디즈니 코리아 대표.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그럼 다른 할리우드 직배사처럼 한국영화 투자·제작 계획도 있을까. 폭스의 경우 나홍진 감독의 ‘곡성’ 등의 한국영화를 투자‧제작해왔다. 초이 대표는 “아직 디즈니가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진 않다”며 “폭스 인수합병 이후에 대해서도 여전히 규제 승인을 진행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건 한국 웹툰"

그는 “영감을 줄 소재에 디즈니는 늘 목마르다”고 여지를 남겼다. 멕시코 전통문화를 소재로 세계적으로 히트한 애니메이션 ‘코코’, 한국 동명 드라마를 ABC가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굿 닥터’ 등 예로 들었다. 한국 웹툰에 대한 관심도 밝혔다. “개인적으로 한국영화 ‘신과함께’와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재밌게 봤는데, 두 작품의 IP가 모두 웹툰에서 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향후 디즈니도 한국 웹툰을 주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감독‧배우 등 유능한 인재와 함께할 기회도 간절히 희망한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맞서 내년에 새로운 OTT 플랫폼도 선보인다. 초이 대표는 “플랫폼 중심인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의 강점은 어마어마한 스토리텔링 역량과 브랜드 파워”라며 “디즈니 오리지널 가족 콘텐트를 위주로 내년도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국제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키 마우스의 내한 일정표.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미키 마우스의 내한 일정표.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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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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