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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실패한 국회 개혁, '개작두-엽기수석' 콤비는 해낼까

중앙일보

입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 혁신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 혁신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20대 국회는 신뢰도 꼴찌라는 불명예를 떨칠 수 있을까. ‘개작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엽기수석’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추진하는 국회 혁신 프로젝트가 29일 공개됐다.

지난 18대, 19대 국회 때의 혁신 작업은 좌초됐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두 사람이 각자의 별명(개작두와 엽기수석)처럼 혁신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개작두는 문 의장이 드라마 ‘판관 포청천’을 닮아 극중 대사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말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엽기수석은 유 총장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직언과 독설을 마다치 않으면서 생겼다.

유 총장은 이날 심지연 국회 혁신자문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개월간 자문위에서 논의해 온 혁신안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법안심사를 정례화할 수 있도록 상설 소위원회 설치 ▶의원외교활동자문위원회를 설치해 국외 출장 성과 점검 및 타당성 평가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 ▶국회 운영 관련 사업, 예산, 평가 정보를 매년 공개 ▶국민청원제도 도입 및 활성화 ▶국회 윤리특위 징계의결시한 신설 등이 주된 내용이다.

유 총장은 이날 혁신안을 문 의장에게 보고하고 국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에게도 협조를 요구할 계획이다. 유 총장은 “예전부터 오래 얘기돼오던 것들인데 문 의장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것”이라며 “향후 법률에 반영돼 일 잘하는 국회, 실력 있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하는 당시 문희상(왼쪽) 비서실장, 문재인(오른쪽)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별명 '엽기 수석'은 이때 생겼다. [중앙포토]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하는 당시 문희상(왼쪽) 비서실장, 문재인(오른쪽) 민정수석, 유인태 정무수석.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별명 '엽기 수석'은 이때 생겼다. [중앙포토]

유 총장은 “법안소위는 상임위원회의 꽃인데 보통 재선 의원이 소위원장을 맡는다. 3선 의원이 들어가면 ‘저 새끼 돌았나’ 하는 분위기다”라며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경륜이 다 사장되지 않도록 소위원회를 세분화해서 모두가 참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총장은 혁신안과 별도로 국회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내년 1월부터 상세히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정책연구용역비와 국회 소관 법인 보조금 등 낭비성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유 총장의 말대로 국회 혁신안은 처음 나온 내용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도 무쟁점 법안 신속 처리, 요일별 의사일정을 지정하는 ‘캘린더 국회’ 등의 혁신을 추진했지만, 무위(無爲)에 그쳤다. ‘일하는 국회’를 외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지역구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 탓이다.

그래서 국회 개혁과 선거 제도 개혁이 함께 논의돼야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지난달 30일 정개특위 회의에서 “의원들이 재선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이런 것 때문에 국민이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법 시험을 보면 그 공부만 해서 말을 못하게 되고, 회화 시험을 보면 말은 잘하게 되는 법”이라며 “선거제도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걸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관리만 잘하는 국회의원보다 입법활동 등 공익을 위한 활동을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져야 국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개특위 차원에서도 조만간 강도 높은 국회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여야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권역별ㆍ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국회 불신 탓에 여론은 싸늘하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 개혁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개혁이 이뤄진 건 없다”며 “과감한 개혁 방안으로 응답하는 것이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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