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소문사진관]단상에 올라온 아이, '놀게' 내버려둔 교황

중앙일보

입력

 한 아이가 28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앉아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아이가 28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앉아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바티칸 알현이 한 아이로 인해 웃음바다가 됐다. 이 사건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벌어졌다.

단상에 오른 아이는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의 창을 만지며 놀기 시작했다. [EPA=연합뉴스]

단상에 오른 아이는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의 창을 만지며 놀기 시작했다. [EPA=연합뉴스]

근위병의 손도 만져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근위병의 손도 만져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이의 여동생이 오빠를 데려가기 위해 단상에 올라왔다. [EPA=연합뉴스]

아이의 여동생이 오빠를 데려가기 위해 단상에 올라왔다. [EPA=연합뉴스]

아이의 어머니가 단상에 올라와 아이를 데려가려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이의 어머니가 단상에 올라와 아이를 데려가려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이의 이름은 웬절 워스(6)다. 워스는 사제들이 교리 문답서를 낭독하는 도중 교황이 앉아 있는 단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교황을 지키고 있는 스위스 근위병의 창과 손을 잡아당겼고 교황이 앉아 있는 성좌 뒤에 가서 놀기도 했다. 워스의 여동생이 달려와 워스를 데려가려 했지만 가지 않아 남매는 한동안 단상 위에 있었다. 당황한 워스의 어머니는 단상으로 올라가 교황에게 "워스가 언어장애를 안고 있어 말을 못 한다"고 설명하며 아들을 데려가려 하자, 교황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했다. 그러자 워스의 어머니는 자리로 내려갔고, 워스는 한동안 무대 위에서 더 놀 수 있었다.
교황은 장내에 모인 수백 명의 신자에게 "이 아이는 말을 못 하지만 의사소통은 할 수 있다"며 "이 아이는 나에게 생각하도록 하는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자유롭다. 규율은 없지만 자유롭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 "우리에게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한 예수의 말씀은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지니는 자유를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 아이는 오늘 우리 모두에게 가르침을 줬다. 그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신의 은총을 간구한다"고 말했다.

워스의 가족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현재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스의 어머니로부터 자신들도 아르헨티나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교황은 활짝 웃으며, 곁에 있던 게오르그 간스바인 교황청 궁정장관에게 "이 아이는 버릇없는 아르헨티나인이래요"라며 농담을 건넸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워스의 아버지 아리엘 워스씨는 AP 통신에 “워스는행동 장애를 겪고 있고 말하는 것도 제약이 있다. 우리는 집에서 워스가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자유롭게 놓아둔다. 우리는 그의 장애를 감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