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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脫원전'에도 원전 세일즈…靑 "에너지 전환과 원전 수출은 별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나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진이 머무는 체코 프라하 힐튼 호텔에서 바비시 총리를 만나 2015년 수립된 ‘한-체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등을 논의했다. 핵심은 원전 수주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체코 정부가 향후 원전건설을 추진하기로 결정할 경우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ㆍ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UAE의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바비시 총리는 이에 대해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원전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준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구체적 원전 수주 일정 등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체코를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총리와 회담하고 한국형 원전 수출 등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체코를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프라하 힐튼호텔에서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총리와 회담하고 한국형 원전 수출 등 양국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체코가 구체적 원전 수주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으로 양 정상 간 원전 사업에 대한 상당한 이해가 형성됐다”며 “원전 수주 전략상 대화 내용을 모두 밝힐 수 없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선언했던 ‘탈(脫) 원전’ 정책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탈원전은 60년을 내다보고 진행하는 것으로 이번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탈원전이 아닌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표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은 좁은 국토에 원전이 밀집된 안전성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며 “원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국가의 전략은 국가 특성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점을 재차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체코는 이르면 내년 신규 원전 2기를 발주해 2030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수주를 놓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체코 정부는 아직 구체적 수주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체코 정부가 원전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하더라도 경쟁국이 많은 상황에 대한 나름의 전략이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 역시 어떤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원전 수주에) 유리할지 면밀한 검토와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체코 프라하 리히텐슈타인궁에서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회담했다.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체코 프라하 리히텐슈타인궁에서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와 회담했다. 중앙포토

실제로 체코 원전 수주전은 이미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2건의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2016년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국 정상으로는 67년 만에 체코를 방문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아르헨티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방문에 앞서 미주 지역을 중간기착지로 방문하려고 했다. 그러나 원전 수주전을 감안해 순방 직전 동선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원전 수주에 대한 당장의 구체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만난 바비시 총리는 비리 혐의와 관련한 야당의 불신임 투표 요구에 직면하는 등 정치적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수사에 불리한 진술을 막기 위해 친아들을 납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그는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으로 ‘체코의 트럼프’로도 불렸다.

청와대는 바비시 총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당초 이번 회담을 정상회담이 아닌 ‘접견’으로 공지했다가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현지에서 ‘비공식 회담’으로 수정했다. 회담이 총리실 등 공식적인 장소가 아닌 문 대통령이 머문 호텔에서 이뤄진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오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함께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오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함께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본인의 해외 순방으로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원전을 비롯한 경제 협력 외에도 한반도 정세의 진전 동향과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설명하고 체코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전(현지시간) 프라하 비투스 성당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체코 프라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8일 오전(현지시간) 프라하 비투스 성당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바비시 총리는 “북한과 상호 상주공관을 운영 중인 체코로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구축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바비시 총리가 언급한 주체코 북한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 김평일이다. 김 대사는 김일성 주석과 두 번째 아내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북한 권력 핵심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한-체코 비공식 회담에 이어 동포간담회를 끝으로 체코 순방 일정을 마치고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프라하=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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