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일상 속 꽃 소비하는 문화 형성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다산 정약용은 ‘국영시서(菊影詩序)’에서 국화의 네 가지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늦게 꽃피는 것’, ‘오래도록 견뎌내는 것’, ‘향기로운 것’, ‘곱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싸늘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국화를 좋아하는 사람 역시 이 네 가지 아름다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꽃을 통해 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가 강진 유배 중에 그린 ‘매화쌍조도’에서는 멀리서 어린 딸의 혼인을 축하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속 두 마리 새는 신부와 신랑을 의미한다. 매화는 그들이 꽃 같은 안식처에서 평안한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다산은 꽃의 의미와 힘을 알았고, 이를 통해 자기 뜻을 전했다.

꽃이 지닌 힘은 비단 마음을 전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영국 런던의 콜롬비아 로드 플라워마켓은 일요일에만 열리는 50여년 전통의 꽃 시장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화훼상인들과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여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콜롬비아 로드는 원래 스미스필드의 도살장으로 양 떼가 몰리는 통로였다. 현재는 영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런던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장소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꽃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과 지역 경제 발전을 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꽃의 힘이 조명되면 사회 곳곳에서 삶의 환경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꽃을 선물이나 경조사에 쓰이는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꽃을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소확행’ 트렌드에 힘입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플라워 클래스나 꽃을 정기구독하는 문화가 점차 퍼지고 있는데, 꽃이 생활화되는 작은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일상에서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가정과 사무실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꽃 생활화 운동’을 비롯해 행사에 사용된 생화를 참석한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꽃다발 및 화분 형태로 만들어진 신(新)화환의 장점을 적극 홍보하는 등 꽃 소비 촉진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안 제정 추진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꽃 소비는 정서적인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기에, 꽃의 유익을 알리는 홍보활동과 더불어 꽃의 힘을 감성적·체험적으로 전달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요조건은 일상 속에서 기쁨과 위로 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꽃은 생활환경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 꽃의 힘을 발견하면 활기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꽃이 지닌 마음을 전하는 힘, 환경을 변화시키는 힘에 관심과 공감이 필요한 때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