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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韓男)일녀(日女)수다⑥-트와이스 '반일(反日)' 낙인찍은 일본우파 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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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를 설명할 때, 진부하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이상의 표현은 없는 듯 합니다. 공감할 부분도, 갈등할 부분도 많다는 뜻이겠지요. 1년간 일본 도쿄에서 연수를 한 중앙일보 정현목 기자, 동국대 대학원에서 한국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나리카와 아야 칼럼니스트(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의기투합했습니다. 국적은 물론, 성별도 연령대도 다른 둘이 양국 사이의 이런저런 이슈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토크를 진행합니다. 이번 주제는 'BTS 원폭티셔츠, 트와이스 위안부티셔츠 논란, 누가 부추기나'입니다. 최근 고향 오사카를 다녀온 나리카와 상이 느낀 일본 현지의 분위기, 일본인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원폭, 부끄러운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일본교육 등에 대해 가감없는 진솔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정현목(이하 정): 나리카와 상, 얼마전 고향인 오사카에 다녀오셨죠? BTS 원폭티셔츠 논란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요?

나리카와(이하 나):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TV에서도 계속 다뤘고, K팝 관련일을 하는 일본사람과 만났는데 그 사건 이후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취소돼 일 자체가 없어졌대요. K팝 관련 일은 당분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요. K팝 전반으로 영향이 커지고 있어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원폭투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던 사실이 드러나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등 큰 논란을 빚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 원폭투하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던 사실이 드러나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등 큰 논란을 빚었다.

정: 한국에선 일부 우익세력의 트집잡기라는 반응이 많은데, 단순히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나: 네. BTS 멤버가 원폭 티셔츠를 입은 것에 악의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인에게 원폭이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트라우마에요. 저도 초등학생 때 히로시마에 가서 원폭 피해자 증언도 듣고 원폭 자료관에도 갔는데, 일본에선 어릴 때부터 원폭피해 교육을 많이 받아요. 일본인의 그런 원폭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건 용납이 안되요.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뒤 솟아오른 버섯모양의 구름 [중앙포토]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뒤 솟아오른 버섯모양의 구름 [중앙포토]

정: 한국엔 원폭을 인과응보라고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일본의 침략전쟁에 따른 응당한 결과라는 거죠. BTS 멤버가 입었던 티셔츠에 보면 원폭투하 사진과 함께 해방에 기뻐하는 조선인들 사진이 있잖아요. 원폭 때문에 우리가 해방을 맞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아요.

나: 세계적으로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원폭 피해자를 생각하면 절대 그런 식으로 생각해선 안되요. 원폭 때문에 전쟁이 끝났고 조선이 해방을 맞았다 해도, 원폭 투하가 잘된 일이라고 할 순 없는 거예요.

정: 한국인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원폭은 일본의 비극일 뿐 아니라 인류사적 비극이라고 보는 사람 중 하나에요. 핵무기 사용으로 초래되는 비극은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는 게 국제적인 상식이자, 인류애적 사고방식이잖아요. 일본의 원폭 피해는 인류 모두가 슬퍼하고 다신 있어선 안될 비극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물론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은 잘못한 게 맞고,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도 문제지만, 원폭은 그것과는 별도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일본에서 원폭 피해를 가르치는 건, 앞으로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걸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의미가 크거든요.

정: 원폭으로 수십만명이 희생됐는데, 거기엔 조선인도 4만명 이상 포함돼 있어요. 피폭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한국인도 많고요. 그리고 지금 한반도가 핵의 공포와 위협에서 자유롭지도 않잖아요.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닌데, 일본이 원폭 맞아도 싸다고 말하는 건 저차원적 사고인 것 같아요.

한국인 원폭피해자인 박규묵씨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원폭의 상처를 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인 원폭피해자인 박규묵씨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원폭의 상처를 내보이고 있다. [중앙포토]

나: 그런 의미에서 원폭 사진을 패션 소품이나 이미지로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논란이 된 원폭 티셔츠를 만든 사람도, 그걸 입은 이도 좀더 신중했어야 했어요.

정: 원폭 피해 사진들 중에 한 소년이 원폭으로 숨진 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火葬) 순서를 기다리는 사진이 있어요. 입술을 앙 다물었지만 슬픔과 공포, 체념이 한데 뒤섞인 소년의 눈빛이 원폭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줘요. 개인적으론 원폭 하면 버섯구름 보다는 그 사진이 먼저 떠올라요.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 원폭투하 직후 숨진 동생을 업은 소년이 화장터 앞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연합뉴스]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 원폭투하 직후 숨진 동생을 업은 소년이 화장터 앞에서 장례 순서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연합뉴스]

나: 원폭 버섯구름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티셔츠를 만들고 입는 것 같아요.

정: 그건 그렇고 BTS 멤버 지민이 그 티셔츠를 의도적으로 입었거나 공식석상에서 착용한 것도 아닌데, 일본 방송국이 그걸 이유로 출연예정된 프로그램에 못나오게 한 건 과잉반응 아닌가요?

나: 평소였으면 안그랬을텐데, 강제징용 판결 후 갑자기 혐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문제를 간과할 수 없게 된 거 같아요.

정: 한국에선 BTS 원폭 티셔츠 논란을 한류 손보기, K팝 때리기로 보는 이들이 많아요. 최근에 위안부 합의, 자위함 욱일기 게양, 강제징용 판결 문제 등으로 반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구실로 삼을 뭔가 하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원폭 티셔츠 논란이 터지니까, 작심하고 보복에 나섰다는 거죠.

지난 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열린 도쿄돔 앞에서 한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래카드에 적힌 한자는 '양이(攘夷, 오랑캐를 몰아내자)'로 극우 혐한 시위자들의 대표적 구호다. [뉴시스]

지난 13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이 열린 도쿄돔 앞에서 한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래카드에 적힌 한자는 '양이(攘夷, 오랑캐를 몰아내자)'로 극우 혐한 시위자들의 대표적 구호다. [뉴시스]

나: 그럴 수도 있다고 보여져요. 강제징용 판결이 나기 직전에 아사히 신문 선배기자를 만났는데, 일본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한국을 때리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거든요. 그 말을 듣고 걱정했었는데, BTS 원폭 티셔츠 문제가 터지니까 '아,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 언론에선 한국측 반응과 분위기를 소개하면서 보복 차원은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한류 때리기라고 지적하는 게 무리는 아니라고 봐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BTS 일본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치뤄졌고 일본 팬들도 이탈할 것 같진 않지만 당분간 방송출연은 힘들 것 같아요.

정: 강제징용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일본 우익은 뻔히 알고 있었을 거고, 일본 내 반발여론을 등에 업고 한류 때리기, 한국 헐뜯기의 빌미를 혈안이 돼서 찾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BTS 원폭 티셔츠와 트와이스 위안부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을 거고. 그런데 트와이스 위안부 티셔츠 논란은 정말 말도 안되지 않아요?  

나: 그 얘기를 한국에 사는 일본 사람에게 들었는데, 그 사람도 이건 너무 하지 않냐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사는 일본인 입장에서 일본에서 너무 그러면, 여기서 살기 힘들어져요. 우리도 너무 힘들어요 ㅠㅠ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기업이 만든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트와이스에게 반일 그룹 딱지를 붙이는 건 말도 안되잖아요. 심지어 티셔츠에는 위안부를 상징하는 어떤 문구나 이미지도 없어요. 그리고 위안부 티셔츠를 입었다고 해서 일본이 그걸 비판할 자격이 있나요?

정: 원폭 티셔츠 논란 때문에 BTS는 연말 가요축제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 못하게 됐는데, 트와이스도 못나가게 됐나요?

나: 출연 취소는 아니지만 트와이스 스스로 홍백가합전에 안나가겠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이 뉴스에 나오더군요. 일본에서도 트와이스 위안부 티셔츠 논란 만큼은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와요.

정: 그런 걸 도대체 누가 찾아내서 논란으로 만드는 건가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아내기도 쉽지 않을텐데.

나: 홋카이도의 한 의원이 SNS에 올린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정: 기사를 찾아보니 우파 정치인 오노데라 마사루가 11월 13일 자신의 SNS에 '비보(悲報)'라면서 "원폭 티셔츠로 일본인을 적으로 만든 BTS가 홍백가합전에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올해 두번째 홍백가합전 출연이 결정된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다현이 '위안부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티셔츠 매출은 부당한 한국의 위안부 활동 자금으로 쓰인다. NHK는 이런 반일 활동가를 홍백가합전에 출전시킬 것이다"라는 글을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고 하네요.  

일본의 한 우파 정치인이 SNS에 올린 내용. '위안부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이유로 트와이스 멤버 다현을 '반일 활동가'로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일본의 한 우파 정치인이 SNS에 올린 내용. '위안부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이유로 트와이스 멤버 다현을 '반일 활동가'로 비난해 논란을 빚었다.

일본 우파정치인에 의해 '반일 활동가'로 낙인찍힌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다현 [연합뉴스]

일본 우파정치인에 의해 '반일 활동가'로 낙인찍힌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다현 [연합뉴스]

나: 의도가 뻔히 보여요. 정말 혈안이 돼서 비판할 거리를 찾아낸 거네요.

정: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저런 꼬투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BTS의 나치문양 모자 논란도 오래전에 해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유명 우익인사가 그것을 끄집어내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에 제보했다는 말이 있잖아요.

나: 만약 그랬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네요. ㅎㅎ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지만, 여성인권의 문제이기도 해요. 일본인이어도 위안부 관련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할 수 있고, 위안부 지원활동을 할 수도 있는데, 그랬다가는 '반일(反日)'이다, '배신자'다 라는 욕을 들어요. 저도 그런 욕을 듣고 있고요. 아사히 신문도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가 일본 내에서 엄청 공격받고 있잖아요.

정: 위안부 문제 또한 보편적인 인류애적 관점에서 접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봐요.  

나: 맞아요. 그런 본질은 놔두고 너무 정치적인 이슈가 돼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그 문제에 대해 한국사람들이 너무 관심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국에도 원폭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원폭 티셔츠 논란과 관련, BTS 소속사 관계자들이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찾아 사과했잖아요. 이걸 계기로 원폭 피해에 대해 더 많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0월 3일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 2층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은 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0월 3일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복지회관 2층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은 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일본 말에도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양국 시민들이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원폭이 일본인에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인지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고, 한국이 일제 식민치하에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일본 사람들이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봐요.

나: 맞아요. 양국 시민들이 그걸 생각할 기회조차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 원폭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으면 피폭 당시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알게 되고, 원폭 같은 비극은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거든요. 위안부 할머니 증언도 한국에선 자연스럽게 자주 듣지만, 일본에 있으면 들을 수 없어요. 그러다보니 위안부 피해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생각할 기회조차 없이 그냥 정치문제로만 흘려버리는 것 같아요.

정: 우리나라 교육에선 식민지배 역사에 대해선 상세히 가르치지만, 불과 몇십년전 이웃나라에서 있었던 원폭의 비극과 핵의 공포와 위협 등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덜 가르치는 것 같아요. 일본도 원폭 피해에 대해선 자세히 가르치지만 침략과 식민지배 역사는 덜 가르치지 않나요?  

나: 덜 가르치는 게 아니라 거의 안가르쳐요. 식민지배 역사를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이 진짜 많아요. 그래서 한국에 유학왔다가 실상을 알고 충격받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어느 정도 알고 한국에 왔지만 그래도 와서 보니 몰랐던 게 많더라고요.

정: 일본이 감추고 싶은 역사인 식민지배 역사에 대해 잘 가르치지 않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하네요.

나: 아사히 신문의 선배 기자가 최근 런던에서 1년 유학했는데, 거기서 만난 한국인 친구로부터 일본의 식민지배 얘기를 듣고 일본의 가해(加害)의 역사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악명높은 일본 731부대가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세균전 실험을 하고 있는 장면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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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때 패전한 일본군에 의해 버려진 위안부들 [중앙포토]

태평양 전쟁 때 패전한 일본군에 의해 버려진 위안부들 [중앙포토]

태평양전쟁 당시 남태평양에서 미군에 구조된 한국인 강제징용자들. 일제의 혹독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려 앙상하게 말랐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태평양전쟁 당시 남태평양에서 미군에 구조된 한국인 강제징용자들. 일제의 혹독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려 앙상하게 말랐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정: 기자조차 그 정도면 일반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겠네요.  

나: 가해의 역사에 대해 배우질 못하니까 반성하고 생각할 기회가 진짜 없어요. 그래서 그 선배에게 '일본에만 계속 있으면 평생 일본의 가해 사실을 모르고 죽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답장을 보냈어요. ㅠㅠ

정: 결국 교육의 문제네요.

나: 맞아요. 그런데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점점 안가르치려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아베 정권이 노리는 부분이죠. 위안부 문제만 해도 아베 정권은 양국 정부 간에 합의해서 없던 일로 하자는 자세를 보이고 있잖아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 역사는 계속 얘기돼야 하는 건데.

정: 그러니까 비난받는 거죠. 침략의 역사를 감추려 한다고 해서 감춰지나요.  

나: 그러니까요. 젊은 사람들 잘못이 아니에요. 그런 걸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까. 어찌 보면 불쌍해요. 일본에서 TV토론을 보니까 BTS 편 드는 사람도 있었어요. "BTS 원폭 티셔츠는 지나쳤다. 하지만 한국에선 일본과 다른 교육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원폭 티셔츠 입은 거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고 하면서도 "일본도 과거 식민지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까지는 얘기 안하더라고요.

정: 좀 엉뚱한 얘기지만, 원폭 티셔츠 논란을 보면서 만약 BTS가 '핵무기 반대'라는 취지의 일환으로 원폭 이미지의 티셔츠를 입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그룹이니까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논란'이 벌어졌을텐데 ㅎ

나: 그럴만한 그룹이잖아요. 메시지성도 강하고 팬들도 그런 걸 원하는 면도 있고. 그런 취지를 확실히 밝히고 'NO NUCLEAR WAR' 같은 문자와 함께 원폭 이미지를 쓴다면 일본 팬들도 거부감을 갖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정: 음악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게 BTS의 활동 취지 아닌가요? 팬 분들의 성향도 그렇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중앙포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중앙포토]

나: 맞아요. 근데 BTS '논란'으로 시작해서 갑자기 '예찬'으로 마무리하는 분위기네요. ㅎㅎ

정: 우리가 언제 BTS가 나쁘다고 했나요. 원폭 티셔츠가 논란거리라고 했지 ㅋㅋ BTS 포에버!!!

gojhm@joongang.co.kr

*** 편집되지 않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음성으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3162032?cloc=joongang|home|newslis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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