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답방, 김여정 부추기고 최용해는 반대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18.11.27 21:44

업데이트 2018.11.28 09:47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청와대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올해 안에 어려울지 모른다고 밝힌 것에 대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 지도부 내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어쩌면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방한을 반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태 전 공사는 26일 자신의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행동포럼’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없는 것은 남한 방문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내부조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내 방한과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등 결단을 내려야 할 내부 회의가 많고, 결제해야 할 안건이나 의견보고 등이 쌓여 밖으로 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태 전 공사는 또“북한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김정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처럼 환영인파가 모여 김정은을 환영하는 장면을 만들어 균형을 보장해야 하는데 다원화된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지도부는 ‘최고존엄’이 적대세력의 본거지 한국에 갔는데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내부적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 전 공사는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는 “남남갈등이 심한 서울보다는 조용한 제주도가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방남을 두고 북한 지도부 내 의견 충돌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 내부구조를 보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방문문제가 제기되면 밑의 일꾼들이나 기관들에서는 위험한 ‘적진 속으로 내려가시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체계와 문화”라면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방남이 간부들 반대로 무산된 사례를 들었다.

태 전 공사는 “1994년 7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김일성을 서울로 초청했을 때도 노동당 간부들이 방한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동당 간부들은 “남조선에 내려가면 적들이 수령님께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신변이 위험하다”며 김일성의 방한을 말렸다고 했다.

당시 김일성은 노동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걱정마라. 내가 살면 몇 년이나 살겠는가. 내가 남조선 국회에서 연설만 하면 온 남조선 땅이 나를 칭송할 것이며, 결국 나는 통일 대통령이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고 전했다.

당시 외무성에 근무하던 태 전 공사는 “김일성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렇게도 모를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때 만약 김일성이 남한에 내려왔더라면 발전된 남한 현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일은 달랐다고 한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로 초청했지만, 김정일은 “내가 바보냐”며 방한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에도 노동당 간부들은 충성 경쟁을 하느라 김정은의 방한을 앞다퉈 반대할 게 뻔하지만, 김정은과 이설주 본인들은 남한에 가고 싶어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젊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매일 TV로 보는 서울을 직접 구경해 보고 싶을 것이고, 김여정 또한 한국 콘텐츠를 보면서 ‘오빠, 한 번 가보라’고 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김여정의 이런 생각은 최측근 김창선 서기실장을 비롯해 김영남, 최룡해, 김영철, 이용호 등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주장했다. 그는 “이런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그대로 남한에 한 번 가보겠다’고 결단을 내릴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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