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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車의 몰락…반도체 호황에도 일자리는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광업ㆍ제조업의 부가가치가 크게 늘었지만, 고용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업황 불황과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ㆍ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한 것이 타격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 잠정결과'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광업ㆍ제조업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광업ㆍ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1516조4000억원, 54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0조원(7%)ㆍ41조원(8.1%) 늘었다. 출하액과 부가가치는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14.6%)업종이 이를 주도했다. 석유정제(26.6%), 기계ㆍ장비(19.0%) 등도 증가 폭이 컸다.

통계청

통계청

그러나 지난해 광업과 제조업 종사자 수는 296만8000명으로 전년 296만9000명보다 1000명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종사자 수가 0.1% 감소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종사자 10인 이상 광업ㆍ제조업 사업체가 6만9790개로 전년보다 664개(1%)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고용 환경도 나빠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업 불황이 전체 고용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업 종사자는 14만3000명으로 전년(16만4000명)보다 2만1000명(-13%) 줄었다. 2015년 18만1000명에서 2년 연속 감소세다. 조선업은 지난해 출하액이 16조7000억원(-24.7%) 감소했다. 지난해에만 조선업 매출이 4분이 1이 줄어든 것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산업 부가가치도 4조2000억원(-20.6%) 사라지는 등 업황 사정이 최악의 수준이다.

또 다른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도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출하액은 전년(196조6340억원) 대비 1.8% 감소한 193조1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2015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부가가치도 2.2% 감소한 55조31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도 줄었다. 각각 전년 대비 1.3%와 0.7% 감소한 4606개 업체와 35만1916명으로 조사됐다.

반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기계ㆍ장비업종은 지난해 종사자가 33만6000명으로 전년 31만7000명보다 1만9000명(6.1%) 증가했다. 고용이 늘긴 했지만 업종의 특성상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탓에 증가 폭이 다른 분야의 감소 폭을 만회하진 못했다.

조선ㆍ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조선업의 경우 수주를 했다고 바로 선박 시공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도 시장 점유율 하락세에서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부터 반도체 호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제조업 경기 침체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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