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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만 타면 왜 꾸벅? 지속적 진동에 잠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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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디지털 기획] 3분 과학 

“이상하게 차만 타면 졸리더라고요.”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민모 씨(30)는 출퇴근 시 이용하는 광역버스 안에서 한 시간 동안 잠을 청한다. 그는 “전철도 그렇지만 특히 버스에서는 더 졸린 것 같다”며 “멀미가 나는 것 같아 딱히 다른 일을 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 모(27) 씨는 지난 23일 저녁, 전철에서 깜빡 잠이 들어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그 역시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잠이 들었다”고 밝혔다.

운전 않는 동승자 쉽게 멀미 느껴 #밀폐된 차 CO₂ 농도도 졸음 유발

버스나 전철 안에서 유독 졸음이 몰려오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소음과 진동이다. 오한진 을지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26일,  “아이를 재울 때 안아서 흔들어주거나 나지막이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적당한 진동과 소음이 탑승자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내에서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이런 자극은 뇌에는 ‘쓸데없는’ 정보로 인식되기 때문에 뇌가 이를 무시하려고 하면서 잠이 오게 된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6월 6일 국제학술지 ‘인체공학 저널’에 발표된 호주 왕립 멜버른공과대의 연구에 따르면 4~7Hz의 저주파수 진동이 다른 주파수 대역의 진동보다 운전자를 더 졸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부조화로 인한 ‘멀미’ 역시 주요한 원인으로 조사됐다. 차량 동승자의 경우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속도와 진행방향이 결정되므로,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귀속 평형기관이 체감하는 정보에 불일치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한진 교수는 “멀미의 정체는 이런 불일치에서 온다”며 “차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으면 이 불일치가 더욱 심해져 어지럽고 구토증 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뇌의 방어기제로 졸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밀폐된 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는 졸음운전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좌석버스의 경우 출·퇴근 시간 시 탑승 인원 초과로 인해 CO₂ 기준 초과사례가 빈번하므로, 냉난방 장치 및 환기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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