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제국' 미국은 어디로] 2. 탈바꿈하는 '제국' 군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특별취재팀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배명복 기획위원
김민석 군사전문위원
심상복 뉴욕특파원
김종혁.이효준 워싱턴특파원
김진.최원기 국제부 차장
신인섭 사진부 차장

미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남쪽으로 56㎞ 떨어진 포트 루이스 미 육군 기지. 21세기형 전쟁에 대비한 미군의 핵심 전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과거 전쟁에서 미래 전쟁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불리는 최신예 스트라이커 장갑차 2개 여단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취재팀이 찾아간 지난 17일 오전 기지 병기창에서는 50여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컴퓨터와 적외선 감지기 등 각종 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하는 작업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 중이었다. 취재진 옆으로 스트라이커 장갑차 한 대가 소리도 없이 번개 같은 속도로 지나갔다.

"스트라이커는 지구상 어떤 장갑차도 필적할 수 없는 시속 1백㎞로 달립니다. 소음도 거의 없어 1마일(1.6km) 안까지 접근해도 적들은 눈치채지 못합니다. 순식간에 다가가 치명적 타격을 입히고 적이 대응하려는 순간 사라집니다. 21세기 전투의 새로운 형태가 열리는 거지요." 취재팀과 동행한 팀 베니나토 대위의 설명이다.

장갑차 안은 정보통신 상황실을 보는 듯했다. 운전병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밤에도 투시장비를 통해 주변 상황이 손바닥 보듯 나타난다. 모니터에 적군은 붉은색, 아군 차량과 병력은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다. 차량 내부를 설명하던 부대 관계자는 "이 장갑차 자체가 움직이는 컴퓨터"라면서 "전투 시간과 장소를 골라서 하는 '선택적 교전'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뒷자리의 사격병 앞에도 모니터가 놓여 있다. 스틱을 움직이면 장갑차 위에 설치된 기관총은 자유자재로 3백60도 회전하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자동으로 총탄을 쏟아낸다. 컴퓨터 게임과 똑같이 전투가 치러지는 것이다.

포트 루이스 25사단 스트라이커 1여단장인 로버트 브라운 대령은 "인공위성.정찰기 등을 통해 취합된 모든 정보가 곧바로 화면으로 여단장에게 전달된다"면서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여단장과 일반 병사들이 똑같은 화면을 보면서 전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라이커의 8개 바퀴는 늪지.산길.도로 등 지형 상황에 따라 차 안에서 자유자재로 공기압 조절이 가능하다. 차량도 전투용.정찰용 등 10종류나 된다. 대당 가격이 1백50만~2백50만달러인 이 장갑차를 미국은 2006년까지 2천1백12대를 생산해 6개 여단을 만들 계획이다.

세계 최강 미군이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인력 구조에서부터 무기.전략.전술 등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대대적인 군 변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 역사상 남북전쟁과 2차대전 직후에 이어 세번째 대변화다.

미 국방대학원 맥그리거 더글러스 대령은 "냉전 종식과 9.11 테러로 인해 미군의 전술과 전략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인공위성.인터넷 등 첨단과학 기술의 획기적 발전과 미군이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5대양을 모두 장악해 '바다로부터의 기동작전'이 가능해진 것이 군 전력의 전면적 개편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미군 변혁의 핵심은 첨단화.기동화.정보화다. 모든 군 작전은 첩보위성과 정찰기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따라 이뤄지고, 어떤 적도 넘볼 수 없을 만큼 무기를 첨단화하며, 5대양 6대주 어디에도 순식간에 병력을 보낼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군을 21세기의 '무적(無敵) 강군'으로 거듭 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군 병력은 7년 전인 1996년엔 1백58만명이었다. 하지만 2003년 현재 1백46만명으로 오히려 12만명 줄었다. 같은 기간 미 국방비는 3천45억달러에서 3천8백27억달러로 7백82억달러 늘었다. '인력이 아니라 기술'로 전쟁을 치른다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을 보여주는 변화다.

군 개혁에 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이미 럼즈펠드 장관은 미군의 10개 현역 사단을 7~8개로 줄인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반대하던 토머스 화이트 미 육군부 장관과 에릭 신세키 육군 참모총장은 모두 자의반 타의반 군을 떠났다. 지난 4월 10일 미 의회에 제출된 군개혁법안(The Defense Transformation for 21th Century Act of 2003)이 통과되면 미군의 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21세기의 전투는 네트워크 중심(Network Centric War)이다."

미 국방대학원의 존 프리스터프 선임연구원은 미군의 전투방식이 '주둔에서 네트워크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 미군이 장기 주둔하면서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과거의 주둔군 개념은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많은 숫자의 주둔군이 없어도 전쟁이 발생하면 일본.괌.하와이 등 동아시아 지역 여러 곳에서 순식간에 병력과 장비를 조합해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2001년 '국방전략 지침서(QDR)'를 통해 이런 목표를 분명히 했다. 미군은 현재 전 세계 어느 곳에서 분쟁이 발생해도 ▶1개 여단은 96시간(4일) 이내▶1개 사단은 1백20시간(5일) 안에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또 12개의 항공모함 전투단을 포함한 19개의 기존 타격팀을 ▶12개의 항모 타격단▶12개 해병 원정 타격단▶9개 미사일 방어팀▶4개 특수부대 타격단 등 37개의 기동 타격단으로 개편했다. 보다 다양하고 많은 임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공군도 52억달러를 투입해 최신형 전투기인 F-22 랩터 생산과 무인 전투기 개발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파워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남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은 말한다. 2위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미국은 국제정치의 카드놀이에서 이미 으뜸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