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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용자 혜택 줄여 ‘중산층·부자 자영업자’까지 지원...자영업자 연간 150만~500만원 수수료 절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네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카드수수료가 150만~500만원가량 줄어든다. 정부가 신용·체크카드사 가맹점의 수수료를 대폭 내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소상공인들은 환영하지만, 카드사 노사가 반발하고 일반 소비자가 카드사에서 받던 혜택이 줄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라고 하기 어려운 연매출액 5억~30억원의 중산층 가맹점에까지 우대 수수료율 혜택을 부여한데다가 연매출액 500억원 이하의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도 낮춰주기로 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당정 협의에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당정 협의에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6일 당정 협의를 거쳐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당정은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기존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우대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293만곳)의 93%인 약 250만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출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 적용 폭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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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인하 혜택은 중소형 자영업자에 집중된다. 매출이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을은 기존 2.05%에서 1.4%로, 체크카드는 1.56%에서 1.1%로 인하된다. 약 19만8000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의 연간 카드수수료는 평균 147만원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당정,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 발표 #5억~30억원 가맹점에도 우대 수수료율 적용키로 #매출액 500억원 이하 대형업체도 수수료 낮춰줘 #그 대신 카드 부가수수료 감축 등 허용 움직임 #

매출 10억~30억원인 가맹점(약 4만6000곳)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2.21%에서 1.6% 수준으로 낮아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1.58%에서 1.3%로 내려간다. 금융위는 이 구간 가맹점의 연간 카드수수료 부담이 평균 505만원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했던 매출 5억~10억원의 편의점(약 1만5000곳)은 가맹점당 약 214만의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된다. 매출 10억~30억원 사이 편의점 역시 평균 156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액이 5억~10억원 사이인 일반음식점(약 3만7000곳)은 평균 288만원, 10억~30억원 구간인 일반음식점은 평균 343만원 수수료 부담이 준다. 이른바 골목상권에 있는 슈퍼마켓, 제과점 등 소상공인 역시 매출 규모에 따라 약 280만~410만원의 수수료가 감소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39;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1차 자영업 총궐기대회&#39;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39;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1차 자영업 총궐기대회&#39;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조치의 특징 중 하나는 매출 5억원 이하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인하 혜택은 없고, 매출 5억~30억원 사이 가맹점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5억원 이하 자영업자는 매출세액공제 등을 통해 수수료를 거의 돌려 받는 반면, 5억~30억원 사이 자영업자는 내수부진과 임대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출액 5억원 초과 차상위 자영업ㆍ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고, 일반 가맹점 간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한 초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매출 30억~100억원이 가맹점은 기존 2.2%에서 1.9%로, 100억~500억원인 곳은 2.17%에서 1.95%로 각각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500억원 초과 초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평균 1.94%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은 카드수수료 적격 비용 산정 결과를 토대로 가맹점 간 비용 부담을 보다 공정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게 경쟁력을 보완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끙끙 앓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1조28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5.26% 줄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으로 카드업계에선 약 7000억~8000억원의 순익이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드사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번 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겸 우리카드 노조위원장은 “이번 개편 방안은 연간 1조9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카드업계 손실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 여파로 카드산업 종사자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관계자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 회의장에 진입을 시도하다 국회 관계자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마진을 연회비 인상이나 부가서비스 축소 등으로 만회하면서 일반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들은 까다로운 부가서비스를 없애기보다는 연회비를 올려 카드 이용자에게 수수료 인하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5조4000억원(2.52%) 줄어들고, 이로 인해 기업의 총매출액도 94조6000억원(1.78%)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수료 인하로 카드 이용이 줄면서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과도한 부가서비스 축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도자료에 적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적으로 부가서비스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된 3년이 지나면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훈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당정 협의 과정에서 3년 의무기간 이후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이 나왔다. 내년 TF에서 이 내용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2015년 4조800억원, 2016년 5조300억원, 지난해 6조10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또한 지난해에만 약 5조8000억원어치의 부가서비스 혜택이 제공됐다. 이런 비용이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에 일부 전가됐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포인트, 할인,무이자 할부 등 카드회원이 누리는 부가서비스는 회원 연회비의 7배 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감안해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태윤·정용환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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