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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11화. 난쟁이? 드워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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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전사이자 뛰어난 장인···바이킹과 닮았네 

동화 속 난쟁이와 달리 드워프는 거대한 도끼나 망치를 들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다.

동화 속 난쟁이와 달리 드워프는 거대한 도끼나 망치를 들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다.

오랜 옛날,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공주의 미모를 시기한 계모는 공주를 죽이려고 했지만, 공주는 무사히 도망쳐 한 숲에서 오두막을 발견했죠. 신기하게도 오두막에 있는 물건은 모두 아이들의 물건처럼 작았습니다. 바로 일곱 난쟁이가 사는 집이었던 것이죠. 착하고 성실한 난쟁이들의 도움을 받아 공주는 안전한 피신처를 얻게 됩니다.

우리말로 난쟁이라고 번역하는 드워프(Dwarf)는 판타지만이 아니라 동화나 신화 세계에서도 친숙한 존재입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비롯하여 여러 작품에서 조연으로 등장하여 주인공을 돕거나 방해하죠. 현실에도 난쟁이는 존재하지만, 판타지 속 드워프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세계의 난쟁이는 유전이나 어떤 요인으로 인하여 키가 어느 정도 이상 자라지 않게 된 사람을 가리키지만, 드워프는 엘프처럼 인간과 닮은 다른 종족이기 때문이죠. 드워프는 키가 작지만 체격이 튼튼하여 힘도, 지구력도 인간보다 훨씬 세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나무로 된 술통을 보는 듯한 느낌에 항상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는데, 작품에 따라선 드워프 여성도 수염을 길러서 성별을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오죠.

드워프라는 존재는 엘프와 마찬가지로 북유럽 신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북유럽 언어로 드베르그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초의 거인 이미르의 시체에 생겨난 구더기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키가 작고 추하다고 나오는 데다, 잔혹하고 욕심 많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동시에 그들은 매우 뛰어난 장인으로 등장합니다. 토르의 무기인 묠니르, 오딘의 무기인 궁그니르를 비롯하여 북유럽의 온갖 유명한 물건을 모두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에서도 토르가 묠니르를 대신할 무기를 드베르그에게 부탁해서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죠. 이러한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아 여러 동화나 신화, 전설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들은 광부이자, 뛰어난 대장장이의 모습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J R R 톨킨의『호빗』에 이르러, 드디어 우리가 알고 있는 드워프라는 종족의 모습을 갖게 되죠.

톨킨의 드워프는 노래를 부르는 유쾌한 광부도, 추한 외모의 미천한 존재도 아닙니다. 거대한 지하 왕국을 통치하며, 위대한 문명을 이룩한 종족이죠. 인간보다 키는 작지만, 절대로 왜소하게 보이지 않으며, 거대한 도끼나 망치를 들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전사입니다. 심지어 고대 세계에선 갑옷으로 무장하고 수많은 드래곤에 맞서 그들을 몰아냈을 정도죠. 엘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데, 본래 살아가는 지역이 다르고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 멀리 추운 안개 산맥 너머 깊은 던전과 오래된 동굴로 우리는 떠나야 하네’라는 내용의 노래가 악룡에게 왕국을 잃고 떠도는 드워프들의 운명과 결의를 잘 보여주죠. 북유럽 신화처럼 드워프는 타고난 장인이며, 훌륭한 건축 기술자이기도 합니다. 투박하게 보이지만,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솜씨로 온갖 장신구를 멋지게 만들어내기도 하죠.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톨킨이 만들어낸 드워프는 이후 많은 작품에서 계승되어 판타지의 주요 종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톨킨의 드워프가 매력적인 종족으로 자리 잡은 것은 전사나 장인으로서의 솜씨 때문만은 아니에요. 바로 ‘용의 저주’라고 불리는 황금에 대한 욕망이 그들의 약점으로써 드러나기 때문이죠.『호빗』에서 산 아래 있던 드워프 왕국이 멸망한 것은 지나치게 많은 황금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가 황금에 대해 경고했지만, 왕은 이 말을 듣지 않고 끝없는 욕심을 부린 끝에 스마우그라는 이름의 저주를 불러들이고 맙니다. 그의 손자인 소린 역시 고결한 전사로서 모습을 보여줬지만, 황금 앞에서 욕심에 눈이 멀어 우정조차 저버리고 말지요. 드워프에 비해 약해 보이지만, 인간과 화해하기 위하여 자신이 받아야 할 황금을 주저 없이 내어준 호빗족 빌보와는 다른 모습인데요. 톨킨은 드워프들에게 키가 작다는 약점을 넘어서고도 남을 만한 육체적 강인함을 주는 한편, 욕망에 흔들리기 쉬운 마음의 약점을 줌으로써 그들을 매력적인 존재로 완성했습니다.

판타지 세계 속 드워프의 모습은 약탈 부족이라는 모습과 달리 상인이나 장인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바이킹과 비슷한 면이 많은데요. 바이킹 세계에선 여자들도 전사로서 활약하고 명성을 떨쳤지만, 왜소한 난쟁이들은 전사가 될 수 없었죠. 그래서 그들은 장인의 길을 선택하여 사람들에게 이바지했다고 합니다. 키는 작지만, 배포만은 넘쳐나는 장인 종족 드워프. 어쩌면 그들은 신체적인 약점을 다른 방법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고대 바이킹 난쟁이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아닐까요.

글=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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