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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카드 안 되니 매출 반토막"…통신장애 휩쓴 마포‧신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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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마포구 한 식당에 붙은 '현금결제, 계좌이체만 가능하다'는 안내문. 김정연 기자

25일 마포구 한 식당에 붙은 '현금결제, 계좌이체만 가능하다'는 안내문. 김정연 기자

통신장애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 마포-공덕은 주말 내내 마비된 모습이었다.
마포역~공덕역 일대에서는 KT 인터넷은 물론 전화‧문자도 먹통이었다. 마포역 인근 대부분의 가게에는 ‘KT 통신장애로 현금결제‧계좌이체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도화동의 한 분식집 관리자 김모(44)씨는 “일요일 점심이면 보통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도 계속 ‘띠링띠링’ 울리는데 지금 조용하다”면서 “가게 전화도 먹통이고, 손님들도 KT 핸드폰이면 배달 앱 주문도 못 하고 하니 어제 배달도 절반뿐이었다”고 전했다.

KT 아현지사 화재 다음날인 25일, 공덕역 인근에서는 전화조차 되지 않는 '먹통' 상태가 계속됐다. 김정연 기자.

KT 아현지사 화재 다음날인 25일, 공덕역 인근에서는 전화조차 되지 않는 '먹통' 상태가 계속됐다. 김정연 기자.

'외상, 추가회선' 동원해 살길 찾은 시민들

단골 손님에게 ‘외상’으로 음식을 내준 곳도 여러 곳 있었다. 마포동 한 감자탕집 사장 강은구(61)씨는 “카드결제가 안 돼서 손님 중 30% 정도는 그냥 되돌아갔고, 단골들은 3팀 정도 외상으로 달아놨다”고 했다. 그는 “다섯 식구가 다 KT, 식당도 다 KT라서…. 깜짝 놀랐다”라며 “일요일 오전 매출 기준으로 지금 절반 수준이다. 오늘 내내 이런 식이면 매출 반 토막일 것이다”고 했다. 그 옆 고기집 직원 김모(46)씨도 “지금도 결제가 안 된다. 통신 안되는 이쪽으로는 사람들이 잘 안오면…. 매출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했다.

궁여지책으로 아예 회선을 새로 만들어 쓰는 곳도 많았다. 공덕역 인근 한 편의점에서는 “처음엔 기계문제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재난문자를 보고 아예 회선을 바꿔 계산기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편의점도 아직 택배 접수와 로또 구매는 되지 않고 있었다.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도화동의 유명한 커피집 ‘프리츠’도 “어제 1시간~1시간 반 정도 결제가 안 돼서 현금‧계좌이체 매출 수기로 적고.. 주말 낮에 원래도 바쁜데 더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카드 결제가 되는 가게는 ‘카드 결제됩니다’라고 광고처럼 써 붙여놓기도 했다.

KT 통신장애로 편의점 택배 접수 및 확인, 로또 구매도 막혔다. 김정연 기자

KT 통신장애로 편의점 택배 접수 및 확인, 로또 구매도 막혔다. 김정연 기자

"안녕하세요" 대신 "카드 결제 안 됩니다"

신촌 일대 가게에서는 손님을 맞는 인사가 “현금만 됩니다” “카드 안 됩니다.”로 바뀌었다. 카드 결제가 아직 되지 않는 한 편의점에선 10분 동안 5명이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곧장 발길을 돌렸다. 미니스톱 점장 정호영(47)씨는 “대부분의 결제가 카드로 이뤄지다 보니 어제는 평소에 비해 매출이 40%나 줄었다”며 “포스가 안되니 재고관리, 상품 발주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오늘만 KT에 4번 전화했는데, 열심히 복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복구도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되고…”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배달 비중이 큰 음식점들의 타격이 컸다. 일식집의 임모(27) 매니저는 “하필 장사가 제일 잘 되는 토요일에 사고가 나서 지난주 토요일 대비 매출이 30%정도 준 것 같다”고 했다. 낚지볶음 가게의 이모(23) 매니저도 “어제 매출 105만원인데, 이는 그 전주 토요일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신촌 한 식당의 매출표. 지난 주 토요일 매출에 비해 KT 화재로 통신장애가 발생한 24일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정진호 기자

신촌 한 식당의 매출표. 지난 주 토요일 매출에 비해 KT 화재로 통신장애가 발생한 24일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정진호 기자

아예 매장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승헌(33)씨는 “우리는 배달 주문 위주로 받는 매장인데 어제는 배달 주문 자체가 안 들어와 오후 3시쯤 문을 닫았다"며 "배달 앱이랑 연동된 포스와 전화가 모두 먹통이라 주문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제 하루 4건 배달했다. 토요일 대목에 눈 뜨고 앉아서 150만원 매출 손실을 본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재난안전문자에 안내되지 않았던 여의도 일대에서도 '카드결제 불능'으로 상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여의도의 한 중국집 사장 박춘성(63)씨는 “전화가 먹통이라 주문이 안 되니까…어제는 낮 12시까지 들어온 주문밖에 못 받았다. 평소 배달 주문의 절반 수준, 오후에는 배달 없어서 놀았다”며 “평일 점심시간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여의도역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황영숙(56)씨도 “오늘 오전까지 카드결제가 안 됐다. 아침에만 해도 두 팀이나 ‘카드 안된다’ 듣고는 그냥 나갔다”며 “여의도도 이 근처는 다 카드기 끊겼던데, 재난안전문자에는 영등포구는 얘기도 없더라”며 황당해했다.

김다영‧김정연‧정진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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