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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불통 사태’ 보상 방법은?…소송 갈 경우 대법 판례상 '요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KT 아현지사 화재 사태로 이용자들이 극심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보상책은 일단 회사가 성의 있는 보상 방법을 마련하는지 지켜보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통신 장애를 겪은 이용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4년 전 SKT 이용자들 불통 사태 소송 제기 #1ㆍ2심 이어 대법까지 “배상 책임 없다” #2003년에도 법원 "서비스업체 책임 아니다" #법조계 "회사가 성의있는 보상방안 내놔야"

2014년 3월, 통신장애를 겪은 대리기사ㆍ일반인 등 18명이 S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소비자 일부가 모여 회사에 법적ㆍ금전적 책임을 묻는 일종의 ‘공동소송’이다. 6시간가량 통신 불능 사태가 벌어진 직후 SKT는 이용자들이 쓰는 요금제에 따라 약 600원부터 7300원까지 보상을 했지만 이들은 10만~20만원씩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참여연대가 약 4년간 계속된 이들의 민사 소송을 측면 지원하기도 했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였다.

kt 통신 불통 사태로 현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한 상점의 표시문. [사진 트위터 캡쳐]

kt 통신 불통 사태로 현금 결제가 가능하다는 한 상점의 표시문. [사진 트위터 캡쳐]

당시 소송은 1ㆍ2심뿐 아니라 대법원에서도 전부 패소하면서 끝났다. 법원은 “SKT가 약관에 따른 보상을 했을뿐더러 (원고 중 대리기사들은) 대리기사로서 영업하지 못해 입은 손해는 일종의 ‘특별손해’”라고 판결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특별손해는 소송을 청구한 원고(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받은 정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특히 특별손해를 입힌 피고(당사자)가 그 손해를 예상할 수 있었을 때만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KT가 통신 불능 사태가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 된다.

4년 전 SKT 통신장애 사태 관련, “회사 책임 없다”   

국내 인터넷이 '웜 바이러스'로 인해 아예 송두리째 마비됐던 2003년 ‘1ㆍ25 인터넷 대란’ 당시에도 인터파크ㆍ오마이뉴스ㆍ참여연대 등이 KT 등 인터넷서비스업체(ISP) 7개사, 마이크로소프트(MS),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청구했지만 5년간의 소송 끝에 패소했다. 법원은 “‘웜 바이러스’로 인한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사태를 규정해 원고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번 사태 역시 KT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경찰 조사를 살펴보는 편이 일단 바람직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판례 변경의 가능성이 있지만, 소송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 사옥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 사옥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고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집단소송제(피해자 일부의 소송제기만으로도 피해자 전체가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 범위가 제한적이다. 통신 품질 등 기타 사유로는 일단 집단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4년 전 SKT 통신장애 사태 관련, 민사 소송을 맡았던 1심 재판부도 “약관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 상태에서 특정 이용자에게만 특별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오히려 전체 통신요금이 올라갈 수도 있다”고 했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대표)는 “KT에 책임이 있다면 회사가 그에 응당한 보상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며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소비자 역시 변호사 비용 등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사태를 일단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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