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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수주 한화에어로···'한국형 록히드마틴' 첫발 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화그룹의 모태는 방산업이다. 그룹의 항공ㆍ방산 주력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래 비전을 ‘한국형 록히드마틴’로 정하고 지난달 구조재편을 마무리했다. 군용항공ㆍ항공관제ㆍ미사일ㆍ미사일방어시스템ㆍ레이더 등 방산 산업 전반으로 사업이 다각화된 미국 록히드마틴과 유사한 사업구조로 간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의 P&W 본사내 항공엔진 박물관에 전시된 GTF 엔진에 대해 P&W 직원이 설명하고 있다. 하트퍼드=심재우 특파원

미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의 P&W 본사내 항공엔진 박물관에 전시된 GTF 엔진에 대해 P&W 직원이 설명하고 있다. 하트퍼드=심재우 특파원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사업이 항공엔진 분야. 미국 P&W(프랫 & 휘트니)와 GE, 영국 롤스로이스 등 3개 글로벌 메이저 업체가 70∼80%를 석권하고 있는 시장에서 변방의 후발주자인 한화가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었다. 한동안 단순 수주ㆍ하청 사업 위주로 진행됐다.

위험 수익분담 프로그램 참여로 날개달아 #변방의 작은 하청업체에서 글로벌 파트너로 #RSP 통해 수주금액 20조원으로 늘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항공기 엔진 사업에 진출한 이래 올 6월까지 8600대 이상의 엔진을 누적 생산한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 제조기업이다.

후발주자로서 지난 수십년간 이들 메이저업체와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아오면서, 결국 글로벌 항공 엔진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듣고있다.

비결은 위험및 수익을 분담하는 'RSP(Risk & Revenue Sharing Program, 위험 및 수익 분담 프로그램)'다. 아무리 메이저 업체라 하더라도 새로운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데 위험 부담이 큰 편이다. 연구·개발에만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고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데 15년 이상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실력있는 부품 공급업체를 불러들여 개발을 함께 하고, 나중에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는 프로그램이 RSP이다. 3개 메이저업체와 독일 MTU, 영국 GKN, 이탈리아 AVIO 등 소수 업체들만 RSP에 동참할 수 있었다.

전세계 항공엔진 시장은 저가 항공사의 소형기 전성시대를 맞아 연 3.3%씩 성장해왔다. 지난 2015년 P&W가 연료효율을 높인 GTF 엔진을 개발하는 RSP에 한화를 파트너로 참여시킨 것이 전환점이 됐다.

P&W의 RSP 프로그램 담당 임원인 로버트 퀸은 “한화가 치열한 경쟁력을 뚫고 RSP의 주요 파트너가 된 것은 걸음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P&W 본사내 항공엔진 박물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P&W 본사내 항공엔진 박물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는 엔진 개발에 지난해에만 48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900억원 가량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GTF의 핵심부품 개발에 성공해 총 9억달러를 수주한 상태다. GTF는 세계 최초로 자동차의 기어 방식이 적용된 고효율 엔진으로, 여기에 들어가는 미들 터빈 프레임과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 등 두가지 제품이 한화가 공동개발했다.

이후에도 한화는 GE와 롤스로이스와도 RSP 계약을 성공시키며 관련 부품 수주액이 총 171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현우 사장은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시장은 2025년 542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등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한화의 RSP 사업 참여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신흥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트퍼드(미 코네티컷주)=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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