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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판매 속임수,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경영의 최소법(1)

20년 경력의 현직 변호사. 억울하지 않기 위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 간단한 법률상식을 모르면 낭패다. 최소(最小)한 알아야 할 법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 알면 도움되는 법률 상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편집자>

가정주부 A 씨는 대형마트의 1+1 행사 광고를 보고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샀다고 만족해했지만 제값을 다 주고 샀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경우 소비자에게 손해가 없기 때문에 마트는 책임이 없는 걸까? [중앙포토]

가정주부 A 씨는 대형마트의 1+1 행사 광고를 보고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샀다고 만족해했지만 제값을 다 주고 샀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경우 소비자에게 손해가 없기 때문에 마트는 책임이 없는 걸까? [중앙포토]

현대인은 광고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광고는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지만 거꾸로 거짓되거나 과장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이런 거짓‧과장 광고에 현혹돼 물건을 비싸게 산다. 뒤늦게 알고 후회하지만 어떻게 손해를 돌려받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거짓‧과장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대형마트 A사는 ‘가격을 확 낮췄습니다’고 광고하면서 실제로는 종전과 같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했다. 이에 질세라 경쟁업체인 L사도 종전 가격을 2배로 인상해놓고 1+1 행사판매를 했다.

광고를 보고 물건을 산 가정주부 A 씨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샀다고 만족해했지만 제값을 다 주고 샀다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손해 본 것은 없다. 다만 잘못된 광고 때문에 저렴하게 샀다고 착각에 빠진 것이다. 이런 경우 소비자에게 아무런 손해가 없기 때문에 E와 L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거짓·광고 기업엔 과징금 부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거짓·과장의 표시나 광고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를 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은 일반 소비자를 기준으로 거짓‧과장 광고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가정주부 A 씨는 종전가격과 동일하게 산 것이므로 경제적으로 손해나 이익을 본 것은 없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E와 L사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의사결정을 방해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회사가 거짓·과장광고를 한 것으로 보아 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법원도 할인 광고는 거짓·과장광고라고 결정했다.

A 씨의 경우 금전적으로 손해 본 것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로 제한하는 현행법 제도에서는 손해배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액의 위자료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송비용이 배상액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소송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중앙포토]

A 씨의 경우 금전적으로 손해 본 것은 없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로 제한하는 현행법 제도에서는 손해배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액의 위자료를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송비용이 배상액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소송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중앙포토]

상품의 선전·광고는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있을 수 있다. 법원도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는 허용하고 있지만,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고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사기죄까지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① 신생 수입브랜드의 시계를 마치 오랜 전통을 지닌 브랜드의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광고한 경우, ② 확정되지도 않은 부동산 개발계획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체결한 경우 각각 사기죄를 인정했다.

A 씨의 경우 금전적으로 손해 본 것은 없다. 손해배상액을 실제 손해로 제한하는 현행법 제도에서는 손해배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손해액을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증거조사의 결과와 여러 사정을 고려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면서 할인된 가격인 것처럼 속인 판매한 백화점에 대해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 지급을 결정했지만 금액은 미미했다.

소비자 A씨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소액의 위자료 정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비용이 배상액보다 클 수 있기 때문에 A 씨는 소송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유용한 제도가 미국의 ‘Class Action’과 같은 집단 소송제도이다.

소송비용 줄일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소비자 집단소송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앞에서 소비자 집단소송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집단소송제도는 상품의 결함이나 상술 등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 중 일부가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고, 그 판결의 효력이 집단내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치게 한다. 집단 소송에서 이긴 경우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결함을 이유로 집단소송이 제기돼 승소한 경우 다른 소비자들은 같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실만 입증하면 배상받을 수 있다. 자동차 결함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법원의 허가가 있는 경우 대부분 기업이 소비자와 합의를 한다고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굳이 소송하지 않고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형사처분도 가능하다. 그런데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다. 즉 일반 소비자에게는 고소권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업무계획에서 거짓‧과장광고에 대해 ①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고 ②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소비자가 직접 고소‧고발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피해자인 소비자가 직접 검찰에 고소해 형사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현재 소비자가 직접 사업자의 거짓·과장광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 거짓·과장광고가 사기죄로 되지 않는 한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경우는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필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본부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한 경우 징벌적으로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악의적인 거짓·과장광고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기업의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줄이고, 아울러 소비자는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제도이다.

김경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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