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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내 택배엔 무슨 일이 있었나

중앙일보

입력

새벽배송은 정말 신통하다. 밤 늦게 주문한 상품이 다음날 일어나보면 마치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인양 집 앞에 놓여져 있다. 궁금했다. '지난 밤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내 택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집 앞까지 오게되는 건지' 말이다. 그래서 직접 가봤다.

지난 6일 서울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창고로 갔다. 이 곳의 하루는 날이 어둑해져서야 시작된다. 오후 9시쯤 도착하니 마켓컬리 말고도 신세계·쿠팡 등 다양한 업체들이 주문된 상품들을 나르고 옮기느라 분주했다. 마켓컬리의 회원수는 약 80만 명. 하루에 보통 1만~2만 건의 주문이 접수된다고 한다. 새벽배송 업계 1위다. 취급 품목은 5000가지 이상이다. 오후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마켓컬리는 당일 들어온 냉장·냉동·상온 상품들을 창고별로 분류해 보관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일일 주문량을 예측한다고 한다. 그동안 쌓인 주문량의 계절·날씨별 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폐기율을 최소화한다. 보관된 상품들의 위치는 모두 데이터화 돼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창고. [중앙포토]

서울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창고. [중앙포토]

오후 10시쯤 창고 안 직원들이 한참 바쁠 시간이다. 먼저 당일 주문된 상품들을 한 번에 모아 큰 바구니에 담은 뒤 분류 작업장으로 이동시킨다. 모든 작업은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창고별로 따로 따로 이뤄진다. 상품들은 권역별로 나눈 뒤 개별 주문별로 다시 한 번 분류한다.

이렇게 각 창고에서 최종 분류된 상품들은 포장 작업장으로 이동, 각 물품에 맞게 포장돼 배송 박스에 담긴다. 냉동식품은 보냉재와 함께 냉동식품용 포장지에, 계란은 깨지지 않게 에어팩에 담는다. 유리잔은 에어캡(일명 뽁뽁이)에 한 번 싼 뒤 미니 박스로 이중 포장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상품을 손상 없이 최상의 상태로 배송하는 것 또한 새벽배송의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창고. [중앙포토]

서울 장지동에 있는 마켓컬리 물류창고. [중앙포토]

이렇게 완성된 배송 박스들은 택배 송장이 찍혀 권역별로 택배기사 트럭에 실려 배송된다. 취재팀은 오전 1시쯤 서울 시청·광화문 방면으로 배송을 나가는 택배기사와 동행했다. 새벽 길은 뻥뻥 뚫려 막힘이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은 약 400~500명. 대부분이 낮에는 일반 택배 배송, 밤에는 새벽배송을 하는 '투잡'을 뛰고 있다.

택배기사에게 "새벽배송까지 하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새벽에는 길이 안 막혀 낮 시간대 배송보다 덜 피곤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택배기사 한 명 당 하루 평균 38개의 물품을 전국 각지로 배송한다.

시청·광화문 지역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많은 편이다. 고객이 주문할 때 함께 기재한 건물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집 앞에 물품을 놓아둔다. 집 앞에 둔 물품을 사진으로 찍어 주문자 휴대전화로 전송하면 배송이 마무리된다. 가끔 주문자가 건물 비밀번호를 적어놓지 않아 골치 아플 때도 많단다. 그럴 땐 경비실에 문의하거나 건물 출입문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에 물건을 둔 뒤 '인증샷'과 함께 고객에게 문자를 남긴다.

배송을 모두 마치고 나니 새벽 4시가 넘었다. 새벽배송이 끝나고, 이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참이었다.

'두잉두잉' 취재팀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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