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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여자만 챙긴다" '이영자'보다 심각한 '이남자'의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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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20대 지지율 하락을 두고 여권의 고민이 깊다.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가 돌아섰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제난에 문 정부 젠더정책 반발 #20대 남성 국정 지지 81% → 51% #5개월 만에 지지율 30%P 줄어 #30대 남성도 82% → 59%로 하락 #청와대 “남녀 대결 심각” 골머리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6월 83%에서 11월 1~3주에는 60%(3주치 평균)로 하락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20대 지지율 하락과 관련,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관심을 끄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20대 중에서도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전체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지난 6월에는 81%로 여성(84%)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11월 1~3주에는 남성은 51%로 30%포인트나 하락한 반면 여성은 70%로 14%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30대도 남성(82%→59%)이 여성(85%→68%)에 비해 지지율 하락폭이 컸다. 반면 남성 40대(85%→65%), 여성 40대(86%→60%), 남성 50대(74%→46%), 여성 50대(65%→44%) 등에서는 성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오승헌(가운데)씨가 1일 대법원에서 병역 거부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오승헌(가운데)씨가 1일 대법원에서 병역 거부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젊은 남성 층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빠지는 배경에는 젠더 이슈가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는 “젊은 층에서만 남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건 아무래도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나 대체 복무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들이 목소리가 커지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역 폭행 사건에 엮인 여성이 ’머리가 짧다고 맞았다“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이수역 폭행 사건에 엮인 여성이 ’머리가 짧다고 맞았다“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 [연합뉴스]

실제 젠더 이슈나 병역문제 등 2030 남성들과 밀접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남성들의 지지율이 요동쳤다.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대 남성들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1%(6월)에서 64%(7월)로 1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여성은 84%로 똑같이 나타났다. 이수역 폭행 사건 등이 이슈가 된 11월의 경우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63%→51%로 12%포인트가 내려갔지만 여성은 74%→70%로 4%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청와대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2일 “남성들이 박탈감 때문인지 여성 우대 정책을 내놓으면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며 “남녀 대결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갤럽 장덕현 부장은 “2030 남성들은 그동안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여 왔다”며 “경제 이슈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며 비판적 지지를 보내 왔던 남성층에서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20, 30대 남성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페미니즘 대통령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만 챙긴다. 지지를 철회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선때 공정과 정의 등을 내세워 당선됐는데 정작 취임 후 각종 정책에서 남성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논리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20대들은 취업시장에서 지표상 남녀 간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며 “정치권이 여전히 ‘여성=절대 약자’ 프레임에 빠져 있다 보니 여기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민모(26·남)씨는 “문 대통령의 정책에서 20대 남성이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노인·여성·북한에 대한 정책들에 비해 우선 순위가 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조모(27·남)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었는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박탈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상상했던 대통령 문재인과 요즘의 문재인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은 대법원이 내린 것이지만 20대 남성의 정서엔 결국 대법원이 문재인 정부 노선의 영향을 받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남성들이 이같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은 “남녀 대학 진학률이 역전되고 취업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20대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을 더 이상 차별받는 약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본인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생각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는 “20대 남성 사이에선 ‘우린 기득권이 없는데 공격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여혐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도 ‘여성우대’ 대신 ‘양성평등’이란 표현을 쓰면서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대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 격차를 젠더 이슈로만 국한시키는 건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혜화역 시위에서 드러나듯 20대 여성들도 젠더 이슈에 한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대 여성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다른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보수정당 지지율 14% … 여성은 7%

20대의 정당 지지율에서도 남녀의 차이가 드러난다. 지난 10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41%), 자유한국당(7%), 바른미래당(7%), 정의당(5%) 순이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정당의 지지의 합이 14%였다.

반면에 여성들은 민주당(52%), 정의당(8%), 바른미래당(5%), 한국당(2%) 순이었다. 보수 정당의 합은 7%에 그쳤다.

이 때문에 보수정당에선 2030 여성을 대상으로 외연 확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의뢰한 ‘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 보고서에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여성과 청년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효성 기자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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