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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편’ 꼬리표가 악연 시작 … 친문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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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재명, 친노·친문과 불화 왜 

이 지사를 공격하는 것은 자유한국당 등 야권뿐만이 아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내놓은 김혜경씨 관련 수사 결과와 관련해 17일 “여러 차례 밝혔듯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씨라면 이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팬카페인 ‘문팬’은 이 지사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다. 이들은 17일 ‘경찰 발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스스로 탈당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이 지사가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시 제명조치해 당을 바로 세우라. 사법 결과와 상관없이 신속히 출당시키라”고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 이 지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2007년 정동영 대선 캠프서 활동 #친노와 갈등이 친문 비토의 뿌리 #혜경궁 김씨 논란, 화해 물 건너가 #일부 “박해받는 정치인 위상 부각”

민주당 일각, 특히 친문 진영의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는 대단히 뿌리가 깊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 경선에서 승리하자 일부 친문 지지층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아닌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지지했을 정도다. 이들은 왜 이런 대립 관계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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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태생적 한계=정치권 안팎에선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갈등 요인 중 하나로 ‘혈통’을 꼽는다. 이 지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당시 유시민 전 장관 등 친노 일부는 정 후보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친노 진영과 정동영 진영 간의 갈등이 심했다. 정 후보의 팬클럽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대표였던 이 지사는 ‘박스떼기’ ‘차떼기’ 등 불법 경선 동원 논란으로 손학규 후보 측을 돕던 정봉주 전 의원 등 당시 일부 친노 세력과 충돌했다. 이때부터 이 지사는 ‘친 정동영’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친노 세력과 거리를 두고 활동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이나 올해 경기지사 경선 때 친문 세력이 이 지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요인 중 하나는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②문재인 공격=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문 대통령을 신랄하게 공격했다. 후보 토론회 등에서 “그래도 나는 공직 이용 아들 취업시키기, 돈벌이에 공직 이용하기는 안 했다” “ 기득권자들과 재벌의 사외이사 등이 문 후보 주변에 대규모로 몰린다. 기득권 대연정이다”고 말하는 등 문 대통령을 거침없이 질타했다. 이런 발언이 친문 진영에서는 ‘수위를 넘은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며 반감이 퍼졌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지난달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되돌아보니 정말 싸가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 손해만 될 행동을 했다”며 “그 후과를 지금 받고 있다. 그래서 (친문 진영의 공격을)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③트위터=트위터 ‘정의를 위하여’가 논란이 된 것은 지방선거 경선 당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전해철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자 ‘정의를 위하여’ 계정주가 “트위터에 있는 인간들이 민심은 아냐 그치? ㅋㅋㅋ”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이때 한 네티즌이 “이분? 늘 궁금했는데 혹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세요?”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추적이 시작됐다.

이와 관련해 과거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친문 진영과 이 지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태”라고 말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21일 한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스스로 박해를 받는 차기주자로서 자리를 매김하고 있다”며 정치적 위상과 인지도는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윤성민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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