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철도연결 공동조사 전폭 지지"…'테크니컬 디테일' 남아 있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의 한국 측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중앙 포토]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의 한국 측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중앙 포토]

 미국 정부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남북 간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는 미국 정부가 그간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던 사업이다.  이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ㆍ미 워킹그룹 첫 회의를 마친 뒤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는 올해 안에 철도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

9ㆍ19 평양 공동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내 동ㆍ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착공식에 앞선 남북의 공동조사를 놓고서도 미국 정부가 제재 위반 문제를 제기해 공동조사는 계속 미뤄졌다.

이번에 북한 비핵화와 남북 협력 사업을 놓고 한ㆍ미가 공조하기 위해 출범하는 워킹그룹 1차 회의에서 미국 측이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공동조사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 일각에선 북ㆍ미 고위급회담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화에 나서라고 종용하는 우회적인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워킹그룹 첫 회의와 관련“제재 면제가 워킹그룹의 목표는 아니지만, 철도 조사 문제는 오늘 회의에서 당연히 논의했다. 그 사이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세부적인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협의만 남아 있다. 본질을 해치는 게 아니라 사소한 부분”이라며 ‘테크니컬 디테일(technical detail, 기술적 세부사항)’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적 세부사항’은 공동조사에 동원하는 특정 물자의 대북 반입 문제다. 공동조사에 쓰일 측정 기기나 전력 발전 장비 등 기계류와 발전기 상당수가 미국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묶여 북한으로의 반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한국 정부는 ‘해당 물품들을 조사에 쓴 뒤 전량 회수해 돌아오는 만큼 북한에 남는 게 없다’고 설득해 왔지만, 미국 정부는 그간 ‘그렇다 해도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들고 가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때문에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 한ㆍ미 양측은 공동조사에서 제재 대상인 물품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미국과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사전 면제를 받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9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당시 대북 반입 물자의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우리 측 인원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며 아예 면제 협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한ㆍ미 간 사전 협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류가 다소 달라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크게 산림 협력이나 만월대 공동 발굴 사업 등 전반적인 현안을 모두 미 측에 설명했다”며 “제재에 저촉될 사업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다 보면 복잡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미리 논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북ㆍ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테크니컬 디테일’이 남북 협력에 다시 장애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미 소식통은 “북한이 제재 완화만 요구하며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지금은 그냥 넘어가고 있는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하게 제재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연기된 북ㆍ미 고위급 회담 성사 등 비핵화 협상이 진행돼야 철도 연결 착공식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 사실 제재 틀 내에서 남북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고,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북ㆍ미 비핵화 협상”이라며 “북ㆍ미 양 당사자 간 협상이 잘 진행되면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답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