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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고교 봉사활동에도 숙명여고형 비리?…두 아들 허위 봉사 실적 발급한 엄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관계자들이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관계자들이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입시 자료로 쓰이는 고교생의 봉사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자원봉사센터에 일하는 어머니가 두 아들에게 400시간이 넘는 허위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해 준 사실이 센터 자체조사로 적발되면서다. 숙명여고 교사 아버지의 시험 답안지 유출에 이어 봉사활동 증명서 발급에서도 비리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불신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이 충남교육청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충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2학년이던 지난해 165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을 학교에 제출했다. 매주 3시간 넘는 봉사활동을 해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A군의 1학년 때 봉사활동 실적은 94시간이었다. 같은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 B군도 지난해 형과 비슷한 시간인 156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을 학교에 제출했다.

하지만 A군과 B군이 '과도한' 봉사활동 실적은 대부분 거짓이었다. 지난 8월 A·B군의 봉사활동 내용을 발급해준 지역 자원봉사센터 자체 감사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자원봉사센터 행사에 참가해 봉사했다는 이유로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갔는데, 실제 행사 참가자 명단에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2016~2017년 자원봉사센터에서 A군과 B군에게 허위로 발급된 봉사활동 실적은 각각 210시간, 244시간이었다.

형제가 454시간의 봉사활동 실적을 쉽게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머니 C씨가 있었다. 자원봉사센터 직원인 어머니 C씨는 봉사활동 실적 발급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점을 알고 자녀를 위해 가짜 실적을 발급했다.

자원봉사센터 측은 문제가 발견된 뒤 바로 학교로 전화를 걸어 “A군과 B군의 봉사활동 내용 발급에 오류가 있다”고 알린 뒤 봉사활동 실적 정정 안내문을 보냈다. 학교 조사 결과 두 학생은 허위로 발급받은 봉사활동 실적을 모두 제출하지 않고, 그 중 각각 147시간, 127시간만 학교에 제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양심에 찔려 허위 실적을 모두 내지 않고 일부만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과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가 열리는 시청한화센터 앞에서 교육ㆍ보육비리 영구퇴출 촉구 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청회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며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과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가 열리는 시청한화센터 앞에서 교육ㆍ보육비리 영구퇴출 촉구 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경청회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며 학생부종합전형 폐지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학교는 지난 8월 말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두 학생의 생활기록부 봉사활동 항목에서 허위 내용은 삭제했다. A군이 지난해 제출한 봉사활동은 165시간에서 26시간으로 수정됐다. B군은 지난해 봉사활동을 156시간 했다고 기록돼 있었지만, 29시간으로 정정됐다. 학교 관계자는 “두 학생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했다”며 “학생부 종합전형에 봉사활동 실적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어 허위로 봉사활동 내용을 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두 학생에게 교내 봉사활동 3일의 징계를 내렸다. 학생의 어머니는 자원봉사센터로부터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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